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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눈물의 결별식... 아, 시사저널!

by 나비현상 2007.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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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경태 기자]

"오늘 정통 시사저널은 죽었다."

1989년 창간돼 18년 동안 한국 언론계를 빛냈던 '정통' 시사저널은 오늘 죽었다. 그 추모를 위해 26일 오전 9시 40분. 중구 충정로 1가 <시사저널> 앞 삼삼오오 시사저널 기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김은남 시사저널 노조 사무국장과 정희상 시사저널 노조위원장이 보인다. 아흐레나 곡기를 끊어서 그런지 두 사람의 얼굴살이 쏙 빠졌다. 특히 정희상 시사저널 노조위원장의 얼굴은 초췌했다. 김 사무국장은 "나는 4kg 밖에 빠지지 않았는데 위원장은 7kg나 빠졌다"며 걱정이 섞인 타박을 놓았다.

서명숙 전 편집장은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기자들을 안아주고 어깨를 쓸어주며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고 오전 10시에 '결별식'이 시작됐다.

"싸움의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 '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1년여동안 끌어왔던 사측과의 줄다리기를 끝내며 서대문 시사저널 본사 앞에 다시 모인 기자들은 "독자 여러분께 시사저널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김 사무국장은 "18년 동안 지켜온 시사저널을 떠나는 마음의 고통이 너무 커 힘이 없다"며 "오늘 정통 시사저널은 죽었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에 모인 모두는 시사저널의 마지막을 묵념으로 추모했다.

정 위원장은 울분이 가득 찬 목소리로
금창태 사장을 비판했다.

"금창태 사장이 '질서를 잡아야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누가 질서를 깨뜨렸나? '독립언론'의 질서를 지금까지 지켜왔던 것은 바로 이 자리에 서 있는 기자들이다."

이어 정 위원장은 "오늘의 결별 선언은 싸움의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임을 강조했다. 그는 "시사저널을 지켜왔던 역량 있는 기자들이 새로운 독립매체를 만들어 계속 시사저널의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사회의 양심 있는 시민들이 자본권력의 횡포에 다시 쓰러지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시사저널>의 사주인 심상기 회장에게 "새 길을 걸어가는 기자들에게 '시사저널'이란 이름을 돌려달라"고 말했다.

결별 기자회견이 진행될수록 기자들의 코끝은 새빨개져갔다. 다들 감정에 겨워 시사저널 기자들이 보내는 마지막 편지 낭독도 쉽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을 건너건너 문정우 전 편집장이 편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독자여러분께 시사저널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동안 우리 파업 기자들을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께 한없이 미안하고, 한없이 고맙습니다. 그리고 우리 파업 기자의 청춘과 꿈과 자부심이었던 시사저널, 너 또한 안녕. 굿바이, 시사저널."

편지 낭독이 끝나고 시사저널 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제 시사저널과의 인연을 끊지만, 독립언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고 다시 한 번 독자들 앞에 약속했다. 김 사무국장은 "7월 2일 '신매체 창간에 대한 기자회견'을 프레스센터에서 열 것"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곧 데리러 올게..."

기자회견을 마치고 시사저널 기자들은 5층 <시사저널> 편집국으로 올라갔다. 굳게 닫힌 문에는 직장폐쇄를 알리는 종이만이 덜렁 붙어있었다. 시사저널 기자들과 시사모 회원들은 이날 숨이 끊어진 시사저널을 추모하며 시사저널 편집국 현판에 흰 국화를 놓기 시작했다.

흰 국화를 놓으며 기자들은 눈물을 쏟아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끝까지 눈물을 참고 사회를 봤던 김 사무국장도 억눌린 눈물을 토해냈다. 고재열 기자는 펜을 꺼내 직장폐쇄를 알리는 종이에다 몇 글자를 적어 내려갔다. "사랑한다. 시사저널. 조금만 기다려 곧 데리러 올게."

고 기자는 "더 힘들지도 모를 시간이 남아 있지만 제대로 되돌려 놓을 테니 기다려 달라는 뜻"으로 적어봤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오늘이 그동안의 악몽이 끝나는 날"이라며 "오늘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들도 "다시 해보자"는 마음을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노순동 기자는 "미친 듯이 기사를 쓰다가 막히기라도 하면 이곳에서 담배를 태웠다"며 편집국 앞 계단에서 담배를 물었다.

"시사모 홈페이지에 '안일'이라는 ID를 쓰시는 분이 '함부로 짖는 개'라는 우화를 썼다. 함부로 짖는 개가 바로 우리를 뜻하는 우화였는데 기억에 참 많이 남는다. 정작 '보물'을 지키기 위해 짖는 개를 죽여 버리고 '보물'을 잃은 주인. '보물'이 있었는지도 몰랐던 주인이 바로 금창태 사장이 아니겠나."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도 자리에 참석해 정통 시사저널의 죽음을 추모했다. 홍 위원은 "자본권력이 휘두르는 무소불위의 칼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이 착잡하고 분노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 위원은 "기자실 폐쇄와 관련돼서는 언론 자유를 부르짖는 언론인들이 여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며 "적어도 공공성을 표방하고 종이매체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방송매체가 좀 더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다"며 한국언론계를 비판했다.

기자회견문을 읽었던 이숙이 기자는 "대선 등의 굵직굵직한 뉴스들이 쉴 새 없이 나오는 데도 현장에 가지 못하고 기사를 담을 '그릇'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자는 "출산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새 매체를 기다리고 있다"며 웃음 지었다.




▲ '삼성 관련기사 삭제'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워왔던 시사저널 기자들이 26일 전원 사표를 제출하며 사측과 결별을 선언했다. 1년여동안 끌어왔던 사측과의 줄다리기를 끝내며 편집국 현판 앞에 모인 기자들은 "굿바이~ 시사저널!" 을 외치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2007 오마이뉴스 남소연


"분명 힘든 일이 될 테지만, 희망이 생긴다. 권력과 자본에 자유롭게 독자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리는 일. 그것을 위해 지금까지 싸워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모두가 조화를 바치고 다시 "굿바이~ 시사저널!"이라고 적힌 펼침막 앞에 모였다. 누군가 외쳤다. "활짝 웃자!" 여태껏 눈물짓던 안은주 기자가 웃으며 말했다. "울다가 웃으면 몸이 변해~"

분명 그들은 울었다. 18년 간 <시사저널>을 만들었던 이들이 <시사저널>에게 '안녕'을 말하던 날. 그들은 코끝이 빨개진 채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새 길을 떠나는 그들은 손을 흔들며 웃었다. 아직 시사저널 기자들이 '독립 언론'을 향해 걷는 발걸음은 끝나지 않았다.

/이경태 기자


시사저널 사태 1년여만에 끝내 파국…파업 기자 22명 전원 사표
조선일보 2007-06-26 15:28기사원문보기





지난해 6월 삼성 관련 기사의 삭제를 둘러싸고 편집권 갈등이 벌어지며 장기 파업이 진행됐던 시사저널 사태가 1년 만에 파국으로 끝날 전망이다. 시사저널은 1989년 10월 20일 창간된 종합 시사 주간지이다.  

시사저널 소속기자 22명은 26일 서울 서대문 시사저널사 앞에서 노상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 경영진이 시사저널을 정상화할 의지가 없고, 대화에 뜻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최종적으로 결별을 선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기자들은 회사에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시사저널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노동조합 김은남 사무국장은 “기사 삭제사건의 당사자가 여전히 시사저널의 편집권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실상 오늘 회사측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소속 기자들은 그 동안의 장기 파업 기간의 소송건과 퇴직금  문제 등을 매듭짓기 위해 27일부터 사측과 협상에 착수한 뒤 빠르면 이번 주말쯤 사표를 일괄 제출할 방침이다.

앞서 시사저널 노조는 25일 총회를 갖고 파업 복귀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압도적으로 복귀 반대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 노조는 다음달 2일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오프라인 주간지를 창간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예정이다.

시사저널 사건은 1년 전인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의 삼성 관련 기사 삭제 이후 이윤삼 편집국장이 지난해 사표를 냈으며, 이후 사측과 기자들간의 갈등이 계속돼 왔다. 편집국 기자들은 경영진이 부당하게 편집권을 침해했다며, 사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시사저널 노조는 결국 7개월여간의 대립끝에 지난 1월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갔고,사측은 자유기고가와 JES(중앙엔터테인먼트&스포츠) 등 외부 인력으로 시사저널을 제작하면서 직장 폐쇄로 맞섰다.

금 사장은 시사저널 사태가 장기화 되자 지난 2월 6일 ‘시사저널 사태의 진실을 밝힙니다’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금 사장은 기사 삭제와 관련 “(삼성 관련)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익명의 제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며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하는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그대로 기사화 하는 것은 언론으로서 책임 의식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금 사장은 “이런 이유로 편집국장에게 기사를 보류하고 반론도 보장해 추후에 다시 다루자고 했다”면서 “또한 간부회의에서도 기사가 나갔을 때 거론되는 사장들이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걸어 올 경우 시사저널은 버틸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당시 시사저널 금 사장이 보류한 기사는 삼성 그룹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권 남용 문제를 비판하는 기사였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 노조는 반박 기자회견을 갖고 “금 사장은 삼성 그룹으로부터 전화를 받자마자 기사를 보기도 전에 이윤삼 편집국장을 불렀다”면서 “ 취재 기자인 경제팀 이철현 기자도 불러 거론된 이 모 부회장과의 친분을 들어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반박했다.

이철현 기자도 “금 사장이 익명의 제보자를 문제 삼지만 시사저널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익명으로 표기하며,취재원의 신뢰도는 이미 경제통인 데스크도 인정했다”며 “금사장은 그 이전 익명의 제보자의 도움으로 취재했던 기사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특종상을 줬다”고 말했다.

금 사장은 1965년 중앙일보에 편집국 기자로 입사한 뒤 중앙일보 편집인과 부사장,대표이사,부회장을 거쳐 지난 2003년 4월 시사저널 사장에 취임했었다.


[강영수 기자 nomad90@chosun.com]


청와대 "시사저널 `자본에서 자유로운 언론` 꿈 접혀"
이데일리  2007-06-26 16:27 기사원문보기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 시사저널`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

천 대변인은 "시사저널 기자들 전체가 스스로 사직서를 낸다고 한다"며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논평했다.

천 대변인은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등 논란이 많은데 시사저널 기자들이 사직서를 냄으로 사건이 마무리 되는 건 아니겠지만 일단락 되겠다"며 "권력과 결탁하지 않는, 자본에서 자유로운 언론의 꿈이 접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억되고 교훈이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주용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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