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술 취한 여자를 떠올리다
:: 그녀의 마음을 열어준 알코올 매번 마음을 보여줄 듯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거리를 두던 그녀. 그런 튕기기가 처음엔 싫지 않았다. 그러나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되는 그녀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날 지치게 만들었다. 작정하고 이제 그만하자고 말하려 만난 날, 우리는 꽤 많은 술을 마셨고 예감이라도 했는지 그녀는 주량을 넘은 듯 했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입술을 내밀었다. “알지? 내 마음” 그녀가 한 말은 그게 다였다. 가끔은 그녀와 술을 더 마셔보리라 결심한 나는 당연히 그녀에게 헤어지잔 말을 하지 않았다. (K, 27세) :: 쉬운 작업대상, 술 취한 여자!먼저 전제할 것은 난 절대 밝히는 놈도 아니고, 닳아 빠진 놈도 아니다. 그저 신체건강한 20대 청년일 뿐이다. 그 여자는 주말마다 흔히 보이는 ‘술 취한 여자’였다. 전봇대를 부여잡고 웩웩 게워내는, 비틀거리며 걸어가다 건물 입구에 앉아 쉬어가는 그런 여자였다. 하필 우리 집 앞인 게 문제였다. 날 자기 애인으로 착각했는지 지나치려는 내 옷자락을 붙잡더니 퍽 안기는 것이었다. 그 찰나에 내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갔다. 모른 척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 그냥 버려? 몸소 뛰어든 호박, 아니 그 여자를 내치기에 큰 용기가 필요했고 한참을 그렇게 안고 있었다. 결국 난 강한 유혹을 떨쳐버리고 그녀를 깨워 택시를 태워 보냈다. 아, 이름 모를 그녀, 내가 큰 결심하고 기사도를 발휘한 사실을 알기나 할런 지~ (P, 25세) :: 아니? 너 그때 예뻐 보였어!A와 난 10년 지기 친구다. 새삼 A가 여자로 보일 리도 없고(물론 그랬던 적이 있긴 했다. 내가 군대 있을 때) 우린 이성도 우정이 가능하단 걸 몸소 실천해 왔다. 그런데 마법에라도 걸렸는지 그날은 달랐다. 부모님 성화에 처음 맞선을 보고 그대로 차인 날, A는 씁쓸한 기분을 달랜다며 나와 술잔을 부딪쳤다. 인생이 뭐 이렇냐며 평소처럼 독설을 쏟던 A의 마스카라 칠한 눈에 물기가 살짝 내비칠 때, 빨간 뺨이 술기운인지 모처럼 칠한 볼터치때문인지 모르겠지만 A는 예뻤다. 정말, 예뻤다. 물론 그 후 우리 사이가 변한 건 아니다. 그냥 그때만 유독 그랬단 이야기다. 하지만 주책스럽게 뛰던 내 심장도, 마치 무대 위에서 홀로 조명을 받은 듯한 A의 모습도 잊혀지질 않는다. (M, 30세)
술, 여자 그리고 남자
술 취한 여자에 얽힌 모험담은 심심찮게 내려오는 레퍼토리다. 술은 때로 남녀 사이에 스파크를 일으키는가 하면, 마법처럼 추녀를 신데렐라로 변신시킨다. 또한 멀쩡한 여자가 술 때문에 폭탄으로 변신하고 하루아침에 ‘쉬운’ 여자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술은 연애에 있어, 잘만 사용하면 명약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약 그 자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진심을 말하는 수단으로, 작업용 도구로, 어설픈 분위기 살리기용으로 사용하다 큰 낭패를 본다. 술 취한 여자의 모습은 예뻐 보인다, 라는 속설도 내면을 살펴보면 ‘적당하게 취했을 때’라는 전제가 뒤따른다. 대부분이 이 룰을 어겨 고주망태의 꼴을 보여 후회하곤 한다. 남자 보다 술 잘 마시는 여자도 많다고는 하지만 신체구조상으로도 여자는 남자보다 술이 약한 것이 일반적이다. 오히려 술이 강한 여자를 남자들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건 남자들의 음주세계에 대한 도전장이 되므로 술이 강한 여자는 대부분 이성보다는 동성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 하나, 술 취한 여자는 한 마디로 쉬워 보인다. 좋은 뜻도 있고 나쁜 뜻도 있다. 지나치게 내숭을 보이는 여자나 도도한 여자, 경계심이 강한 여자에게 술은 인간미를 보여주는 좋은 수단이 된다. 하지만 술 취한 여자의 무너진 모습은 남자로 하여금 숨겨진 본성을 일깨우게 만든다. 쉬운 작업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술과 여자, 남자들은 이 둘을 모순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짙다. 너무 취해도, 너무 안 취해도, 술 취한 여자는 ‘노 땡큐’. 술은 여자를 예뻐 보이게 하고, 경계선을 무너뜨리게 할 정도 적당수준의 알코올을 원할 뿐인 것이다. 더 재미있는 점은 여자들은 술을 얕잡아 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악용하고 자신의 주량을 몰라 뜻밖의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연애에 활력을 주는 술 마시기
술, 여자, 남자, 이 트라이앵글의 조화를 위해서는 남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주컨셉이 필요하다. 한쪽의 편견이나 그저 무기 정도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독주 보다는 약주를 택하라. 와인, 칵테일, 한방 전통술 등이 좋다.
★ 두 사람의 취향을 고려한 단골집을 만들어 그곳을 애용하라.
★ 기분 나쁠 때 보다 좋을 때만 마셔라. 싸움 전의 도화선으로 만드는 음주자리보다는 기쁜 일을 축하할 때만 음주자리를 만들어라.
★ 상대방의 음주에 대해서 지나치게 잔소리를 하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멈출 수 있게 간접적으로 도와줘라.
★ 술 취한 이성에 대해 편견을 갖지 말라. 반대로 술을 통해 자신을 들어내 보이려 하지 마라.
★ 첫만남에서는 되도록 술을 삼가라. 적어도 세 번의 만남을 거친 후에 술을 마셔볼 것.
★ 술을 억지로 먹여 상대를 시험하지 말라. 많이 취하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 한달에 한번 정도는 연인과 단둘만의 술자리를 가지고 그 순간을 즐겨라.
★ 술김에~, 라는 변명 혹은 자기합리화는 금물. 술은 절대 수단이나 핑계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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