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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암 고통 못견뎌 자살... 보험금 줘야

by 나비현상 200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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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부산지법 민사2단독 김규태 판사는 H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인 황모 씨의 유족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유족들에게 보험금 8천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자살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앞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해 온 보험사들의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 서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이던 황 씨는 1998년 담낭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2006년 증세가 악화돼 부산대 병원을 찾았다가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암의 전이가 심해 수술이나 방사선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로 투병생활을 하던 그는 갈수록 병세가 악화되고 고통이 극심해지자 이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3월 경남 양산의 어머니집에서 빨래건조대에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황 씨는 목숨을 끊기에 앞서 경찰공무원들을 가입자로 하는 H보험사의 공무원복지단체상해보험에 가입했다.

황 씨의 자살 후 유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는 "가입자가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아닌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약관에 규정돼 있다"며 8천만원의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김 판사는 "황 씨가 담낭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암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르게 됐기 때문에 황 씨의 질병과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황 씨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자살의 경우 보험사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보험약관은 자기가 발생시킨 손해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행위나 보험금 취득을 노린 인위적 보험사고 방지 등을 위한 것이므로,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 약관의 적용은 배제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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