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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사랑과진실 및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의 고백

by 나비현상 2007.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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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의 고백
요즘 인터넷 카페에서 화제!
“그를 정말 사랑해요, 나도 이런 내가 미워요”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때문인지 매스컴에서 유부남과 미혼녀들의 불륜이 부각되고 있다. 요즘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는 비록 온라인상이긴 하지만 조금씩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특징. 인터넷상에 올라온 그녀들의 사연과 심리를 알아보았다.

‘제목 | 유부남을 사랑하고 있어요’

서른 살 접어든 미혼여성이랍니다(중략)
며칠 전 제가 그랬습니다,
“오빠야~ 이혼하고 나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자~ 이런 만남 이젠 싫어…. 남들한테 떳떳하게 인정받으면서 살고 싶어.”
제가 먼저 얘기해놓고 얼마나 창피했는지…. 그랬더니, “우리 이대로 만나면 안 될까? 이혼은 안 하고 싶어~. 애들한테도 미안하고….” 이러더이다.

그럼 나 갖고 논 거냐며 전 펑펑 울었습니다. 첨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데…. 그분 그런 거 아니라고, 너 사랑한다고 절 달래주더군요. 여기서 끝내자고 하면서 안 만났고요.
전화 여러 번 오다가 어제 메시지 왔는데, 조금만 시간 달라네요. 올해 지나가기 전에 이혼하겠다고….
이 말 믿어야 할지~ 저도 아직 맘 있는 터라….

님들~
그분 믿고 기다려도 될까요? 아님 여기서 끝내야하는 건지~
정말 힘드네요^^;’

얼마 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 글은 순식간에 수백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고 수십 개의 리플이 달렸다. 대부분의 리플은 ‘정신을 차리라’며 꾸짖는 내용이었고 글을 게시한 사람은 당황하며 ‘헤어지기로 했다, 그의 아내에게 미안하다, 나도 힘들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요즘엔 각종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서 이 같은 내용의 글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모 유명 포털엔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의 카페’가 수십 개나 개설되어 있다. ‘불륜녀’라는 낙인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만 끙끙 앓았던 여성들이 인터넷이라는 익명 공간 속에서나마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불쌍하다, 사랑한다, 마음이 뜻대로 안 된다…

모 포털사이트에 있는 카페. 비슷한 주제로 개설된 카페 중 가장 오래된 축에 속하는 이 카페는 지난 2001년에 개설되었다. 회원은 2,000여 명. 지난달 말 한 신문에서 이 카페로 추정되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 카페’에 대해 보도하면서 회원이 두 배 가까이 급격히 늘었다. 나름대로 ‘알음알음’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 의해 조용히 운영되고 있던 이 카페는 그후 무척 소란해졌다. 호기심으로 회원 가입한 사람들이 기존 회원들을 비난하거나 훈계하려는 글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운영진은 비상조치로 보도 이후 가입한 회원들의 정회원 자격 허가를 중지했고 익명 게시판도 폐쇄한 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극히 제한적으로 공개되는 게시판에서 회원들의 속내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신혼의 그는 부인이 임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좋대요. 같이 있으면 편하고 저도 그와 같이 있는 시간들이 너무 행복합니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주위에서 알까봐 무서워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다가 이곳으로 왔습니다”  - 해밀

▲ 미혼녀와 유부남의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KBS '푸른안개',SBS '돌아와요 순애씨'의 한 장면

“한 시간밖에 못 자고 출근했더니 너무나 몽롱합니다. 오늘 그와 같이 있기로 한 날인데 이렇게 정신 못 차려서 큰일이에요. 백일 선물 아무것도 필요 없고 같이 있어주고 자필 편지 해달라고 했었는데 못 썼다네요. 거창한 선물을 바란 것도 아닌데 이거 너무한 거 맞지요? 출근길 운전 중에 통화하면서 화를 내진 않았지만 너무 서운합니다. 몽롱한 상태에서 편지 없단 한마디에 기운이 쭉 빠지네요. 물론 같이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일이지만 그에겐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의미인지 서운하네요. 기분이 풀리지 않네요.” 
- bluesky

“우리 자기. 지금 죽어라 빨리 씻고 있겠죠. 늦잠 자서~ 내가 그 옆에 있었더라면…. 생과일주스라도 갈아놓고 마시고 가라고 하고 싶은데…. 그 사람 와이프는 그렇게 세밀하지 못하더라고요. 측은해지네요.”   - 꽃님이

“내가 ‘와이프 일로 꼬투리 잡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다. 나도 평범한 사람이고 보통 인간인지라. 그걸 다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강심장 아니다’라고 하니까 자기는 평범한 사람이랑 사귀기 싫다네요. 헐…. 정말 자기 유리한 대로만 말하고 행동하고…. 도대체 날 위해서 무얼 양보한다는 거지? 어차피 상처 받는 건 난데…. 당신은 도대체 날 위해서 무얼 하는데?”  - andromeda

“오늘 그 사람 부인의 홈피를 찾아봤다, 나랑도 열두 살 차이인데…. 나보다도 한 살이 더 어린 그녀…. 정말 사이가 안 좋은 건지 궁금해 찾아봤지만 일촌이 아니라서 볼 수가 없었어요. 일촌신청 안 하고도 사진 볼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 바보의 첫사랑

“6년 동안 미뤄오던 혼인신고를 날 만난 후로 했네?ㅎㅎㅎ 괜히 당신 뒷조사 했나봐. 모르는 게 약이었을 것을….”  - 내사람♡
“어제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면허증 받자마자 오빠 옆에 태우고 운전연습 했어요. 뒤에서 택시 빵빵거리고, 사고 100번 날 뻔하고, 오빠가 막 소리치는데 심장이 벌렁거려서 울어버렸어요. 자기 맘에 안 들면 울어버린다고 저보고 아기라네요. 정말 아기 달래듯 달래주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헤헤 *^^* 이번 주말에 차 사준대요. 학생이니까 아반떼 신형 사라네요. 기분 짱 좋아요.” - 라면뿐다

“부모님하고 아이 때문에 쉽게 결정 못한다고 하는 그 사람이 부모님도 아이도 다 버리고 제게 와줬음 좋겠어요. 근데 차마 오빠가 ‘다 버리고 너한테 가면 좋겠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해버립니다. 오빠를 너무나 닮은 아이 사진을 보면 오빠 아이 제가 키울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오빤 제가 어리다고 안 된대요. 저도 나쁜 년인 거 아는데 한번쯤은 제게 묻지 않고 그 사람 모든 걸 버리고 저만 봐줬으면 하기도 합니다 ㅠ.ㅠ 에고…”   - 기다립니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의 고백

당신은 도대체 날 위해서 무얼하는데?
어차피 상처 받는 건 난데….


 

글들을 살펴보면, 많은 수가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유부남을 사랑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고 있었다. 머리에서는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글들도 많았다.

‘사랑하는’ 유부남이 부인과 관계를 할 것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털어놓거나 남들 눈을 피해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야 하는 신세를 한탄하는 글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많이 띄는 글들은 상대방 남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종종 남자의 사소한 행동들에 자신에 대한 감정이 진실한가를 의심하는 마음도 나타났다.

자신을 떠난 남자에 대한 원망스런 글과 유부남과 헤어진 후 감정이 정리되었다는 글도 간간이 보였다. ‘애인이 바람둥이일까요?’하며 자신과 불륜에 빠진 남자가 또 다른 불륜에 빠질 가능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한번 외도를 한 사람은 또다시 외도를 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해 긴장하는 듯했다.

유부남 ‘사랑하는’ 미혼녀들의 심리


7월초 SBS 심리극장 ‘천인야화’에서는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미혼녀들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박사가 기혼남성과 미혼여성 각 500명씩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불륜의 이유에 대해 유부남은 ‘성적인 이끌림’ 때문에, 미혼여성은 ‘그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답해 남녀간에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중 미혼여성 17%는 ‘자신이 요구하기만 하며 상대남자가 이혼을 할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유부남의 절반 이상은 상대 미혼여성이 ‘이혼을 요구한다면 교제를 중단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4%만이 ‘이혼을 고려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어진 애인 혹은 배우자와의 관계만족도 심리검사도 의미심장했다.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 대다수의 미혼여성들은 관계만족도에서 평균 이하의 수치로 심리상담이 절실한 상태였지만 불륜 유부남들은 대부분 부인과의 관계만족도가 정상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정신과 의사 김정일 박사는 최근 펴낸 책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아프게 한다2’에서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처녀들의 특징을 ‘순수하다’고 말한다. 심수봉의 노래 ‘사랑밖엔 난 몰라’ 가사처럼 사랑밖에 모르는 지고지순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또한 그만큼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책에서 ‘유부남을 사랑하는 처녀들이 욕심이 많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성공의 도중에 있는 남자보다는 이미 성공한 남자를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미혼녀와 사랑에 빠지는 유부남들의 특징도 마찬가지. 현실감이 떨어지고 순수하고 욕심이 많다는 것. 현실이 복잡하게 얽히면 사랑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무조건 벗어나고만 싶어지며 그때 가정이 그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어서 피하려고 하지만 피할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성인들의 다른 모든 사회적 행동과도 같이 사랑도 선택했으면 그것의 결과까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이상적인 사랑도 현실의 복잡다단한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성조선
글_박혜전 기자
사진_여성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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