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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황당 . 유머 및

이런거시 바로 수바이여~~ㅎㅎ

by 나비현상 2007.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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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녀~ 수박도 아녀~  멜론이여~ ^*^












시원한 수박처럼 웃는 하루...









어느 과수 농가에서는,

밭에 숨어들어 수박서리하는 놈이 있어 약이 올라있었다.

좋은 대책이 없을까 꾀를 짜낸 끝에,

최고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서 간판을 만들어 밭에 내걸었다.


" 경고, 이 밭에 청산 칼리가 들어있는 수박이 한 개 있음"

그 이튿날, 농부가 밭에 나가 수박을 확인하자, 아닌게 아니라

한 개도 도둑맞지 않았다.

다만, 간판에는 다음 문구가 써보태져 있었다.

"지금은 두개임"







헝아들, 이런 수박 먹어봤어염~








이히 리베 와탈루 메롱~ !







수박... 너 국물도 읍다. 스 읍~









아이고 수박에 취한다..








  영순네는 매년 수박농사를 지었습니다. 영순네 수박은 달고 맛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박밭이 공동묘지 밑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송장 썩은 물이 그 밭으로 스며들어 맛도 있고 몸에도 좋다고 했습니다. 정말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는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영순이는 나랑 같은 국민학교 6학년이었습니다. 영순이 아버지는 공동묘지 아래 척박한 야산을 일궈 수박밭을 만들었습니다. 마을 어른들은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공동묘지에 모여 영순네 수박밭을 훔쳐봤습니다. 그동안 별러온 수박서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달이 완전히 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재옥이 형은 짐짓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 흥얼거림이 우리의 두려움을 떨쳐주었습니다. 달이 지자 묘지 위로는 별이 쏟아졌습니다. 반딧불이가 어지럽게 돌아다녔습니다. 수박 훔치기는 성공하면 서리이고, 붙잡히면 도둑이었습니다.


  우리의 대장격인 재옥이 형이 옷을 벗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겉옷을 모두 벗고 팬티만 걸쳤습니다. 벗은 옷은 무덤 위에 올려놨습니다. 각기 무덤 하나씩을 차지한 셈입니다. 재옥이 형이 우리 알몸에 흙칠을 해줬습니다. 몸이 번들거리면 작은 별빛이라도 몸에서 반사되니까 흙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형은 정말 빈틈이 없었습니다. 나만 국민학생이었고 형들은 모두 중학생이었습니다. 그 형들이 왜 나를 끼워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형들이 있어서 하나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온통 흙칠을 한 다섯 명은 수박밭으로 숨어 들어갔습니다. 단 냄새가 확 올라왔습니다. 우리는 두꺼비처럼 네 발로 살금살금 기어 들어갔습니다. 저만치 원두막에는 호롱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빛은 작고 보잘 것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위장을 하고 납작 엎드려 수박밭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수박이 익었는지 두드려보기도 했습니다. 수박은 통통 맑은 소리가 나야 잘 익은 겁니다. 정말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두막에서 갑자기 플래시 불빛이 우리 쪽을 비췄습니다. 그러자 "도망가자"는 외침과 함께 형들이 후두둑 뛰었습니다. 얼결에 나도 일어나 수박 한 덩어리를 품고 뛰었습니다. 원두막을 내려온 플래시 불빛이 우리를 따라왔습니다.

   "서라, 이놈들, 오늘은 놓치지 않는다."

   영순이 아버지의 우레 같은 호통이 밤의 적막을 깨며 우악스럽게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영순이 아버지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분명합니다.


   우리는 냅다 공동묘지로 뛰었습니다. 형들은 묘지 위의 옷들을 챙겨 도망을 쳤습니다. 내가 봐도 무지 빨랐습니다. 맨 뒤에서 형들을 따라가던 나는 플래시 불빛을 피해 공동묘지 끝 쪽의 무덤 뒤로 숨었습니다. 공동묘지까지 쫓아온 영순이 아버지는 가쁜 숨을 내쉬며 들고 온 작대기로 죄 없는 무덤을 내리쳤습니다.

   "이 놈들 붙잡히기만 해봐라."

   그러더니 공동묘지 이쪽 저쪽을 비춰봤습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엎드려 있었습니다. 영순이 아버지는 마침내 무덤 위에 벗어놓은 내 옷을 찾아냈습니다.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그대로 들고 원두막으로 가버렸습니다.


   정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가장 걱정했던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내 옷을 순경에게 넘기면 어떡하나, 내 옷을 들고 돌아다니며 나를 찾아다니면 어떡하나…. 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죽을 각오을 하고 원두막으로 갔습니다.

   "아저씨…."

   나는 수박 한 덩어리를 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영순이 아버지를 불렀습니다.
   "누구냐? 이놈, 너 감나무집 아들이지? 꼴 좋다. 너 이놈, 니 아버지한테 다 이를테니까 그리 알어. 고얀 놈. 근디 누구랑 들어왔어? 말 안해?"

   "……."

   "말 안헌다 이거지. 이놈아 너희들이 망쳐논 수박밭을 보라구. 느그 놈들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손해보며 사는 줄 알어?"


   아저씨는 호통을 치다가 플래시로 내 몸 여기저기를 비춰봤습니다. 그때마다 흙칠에 풀물까지 든 알몸이 드러났습니다. 형들도 그 광경을 공동묘지쯤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을 겁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몸이 자꾸 떨렸습니다.

   "영순아, 옷 내줘라."

   아, 창피해라. 원두막에는 영순이도 있었던 겁니다. 영순이는 옷을 던져주고 이내 숨어버렸습니다. 나는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어떻게 옷을 입었는지도 모릅니다. 영순이 아버지는 마을에서, 영순이는 학교 가서 목이 쉬도록 떠들 것입니다. 홀딱 벗은 수박 도둑 이야기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형들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자신들의 이름을 불지 않았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난리였습니다.


   그날 밤, 나는 한숨도 못잤습니다. 하늘이 무너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갓집으로 도망을 갈까,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 어떨까, 서울 이모네 집으로 가버릴까….

   새날이 밝았습니다. 나는 누가 대문 앞을 얼쩡거리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습니다. 정말 길고도 길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영순이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고, 아버지가 나를 부르지도 않았고, 마을에 소문이 굴러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여름방학이 끝났습니다. 나는 방학숙제 걱정보다 영순이의 입이 더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을이 오도록, 그리고 겨울이 오도록, 다시 졸업식이 다가오도록 영순이는 내 흉을 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마주치면 알 듯 모를 듯, 수줍은 미소만 머금었습니다. 벌거벗은 수박 도둑 이야기는 그래서 아무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영순이 생각을 떠올리면 수박 냄새가 납니다. 달디달고 향긋한.



   -김택근 동화집 `벌거벗은 수박도둑"에서-




오늘은 시원한 수박 한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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