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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시속 280㎞…'제트기 뺨치는' 헬리콥터

by 나비현상 2007.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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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 11월 13일. 프랑스의 엔지니어 폴 코르뉘(Cornu)가 만든 헬리콥터가 불과 20초에 불과했지만 인류 사상 처음으로 수직 이착륙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난달 말, 국내에서는 수직 이륙한 헬리콥터가 날개를 앞으로 돌려 일반 항공기처럼 날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본보 11월 30일자 B4면 참조〉 제트기와 같은 속도로 날고, 언덕에 새처럼 매달릴 수도 있는 미래형 헬리콥터가 다가오고 있다.

 

<美벨사가 개발중인 9인승 민간용 틸트 로터기. /벨사 제공


헬기, 속도·고도 제한이 문제

항공기 날개에 일정속도 이상의 공기가 흐르면 위로 뜨게 하는 양력(揚力)이 발생한다. 일반 항공기의 날개는 동체에 고정돼 있으므로 이륙에 필요한 속도를 만들기 위해 활주로를 달려야 한다. 이에 비해 헬리콥터의 회전날개는 동체 위에 부착된 채 회전하면서 양력을 만들기 때문에 제자리에서 이륙할 수 있다. 또 헬리콥터는 제자리에서 날개가 회전해 양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벌새처럼 공중 정지 비행이 가능하다. 초음속 제트기가 등장한 뒤에도 여전히 헬리콥터가 애용되는 이유다.
문제는 앞으로 날아갈 때다. 회전날개 주위의 공기흐름이 음속에 가까워지면 공기 저항력이 급격히 증가한다. 이 때문에 헬리콥터의 전진속도는 빨라야 시속 280㎞를 넘지 못한다. 또 헬리콥터는 지상 6㎞ 이상에서는 비행하기가 어렵다. 공기 밀도가 너무 낮아 날개의 회전을 통해 충분한 양력을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뜨고 하늘에서는 일반 항공기처럼 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지난달 말 국내서 시험비행에 성공한 ‘틸트 로터(tilt-rotor)’ 무인기가 바로 그렇다. 회전날개 ‘로터(rotor)’를 하늘로 향해 수직 이륙했다가 공중에서 앞으로 ‘기울여(tilt)’
프로펠러기처럼 날아간다. 덕분에 헬리콥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더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다.

틸트 로터기는 이미 사람이 타는 형태로 개발돼 있다. 미국의 벨 헬리콥터사가 개발한 틸트 로터기 ‘V-22 오스프리(osprey)’는 올해부터 미 해병대에 실전 배치됐다. 항공모함에서 수직 이륙, 시속 580㎞로 날아가 활주로가 없는 곳에 헬리콥터처럼 내릴 수 있다. 오스프리는 최대 32명의 무장병력 또는 6.75?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최대 상승고도는 8000m. 벨사는 9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민간용 틸트 로터기도 2010년쯤 상용화할 계획이다.

헬기로 뜨고 제트기로 난다

V-22를 모방한 소형 무인기도 개발되고 있다. ‘이글 아이(eagle eye)’란 이름의 틸트 로터
무인비행기는 지난해 수직이착륙과 공중정지 비행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V22는 사람이 조종하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문제점을 바로 알 수 있지만 무인기는 센서로만 비행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개발이 더딘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 스마트무인기사업단이 수직 이륙 후 회전날개를 공중에서 90도까지 기울여 수평 비행하는 데 성공, 틸트 로터 무인기 개발에서 세계 선두권에 나섰다.

틸트 로터기는 날개 양쪽에 각각 헬리콥터와 같은 회전날개를 달고 있다. 두 날개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돈다. 일반 헬리콥터에서 회전날개가 돌면 반작용에 의해 동체가 날개 회전방향 반대로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꼬리 날개를 주(主) 회전날개와 반대방향으로 회전시킨다. 틸트 로터기에서는 두 날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기 때문에 꼬리 날개가 필요 없다.

헬기의 단점을 극복한 또 다른 형태는 ‘카나드 로터 윙(CRW)’ 항공기다. 2000년 개봉한 영화 ‘
6번째 날’에는 헬리콥터처럼 날개를 회전시켜 이륙했다가 공중에서 날개를 일반 항공기처럼 고정시켜 마치 제트기처럼 날아가는 비행기가 나온다. 바로 CRW 항공기다. CRW는 카나드(Canard), 로터(Rotor), 윙(Wing)의 약어. 회전날개(로터)를 고정날개(윙)로도 사용하고, 앞쪽에 꼬리날개와 비슷한 날개인 카나드(귀날개)가 달려 있다는 뜻이다.

CRW는 틸트 로터 방식과 매우 다르다. 간단하게 말해 날개의 회전보다는 제트엔진이 내뿜는 배기가스의 힘을 이용한다. 이륙할 때는 제트엔진의 배기가스를 회전날개의 양쪽 끝으로 분사해 회전시킨다. 공중에서는 동체 후방 쪽으로 나 있는 배기가스 배출구를 열어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을 얻는다. 이러면 자연 회전날개의 회전이 줄어들며, 이내 날개가 정지해 마치 일반 항공기의 날개처럼 고정된다.

미 보잉사는 ‘드래건플라이(dragonfly)’란 이름의 CRW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2006년 비행시험에서 잇따라 추락해 현재로선 개발이 불투명한 상태다.
매달렸다 이륙하는 연구도 진행

헬리콥터의 가장 큰 장점은 수직 이착륙이다. 그러나 이것도 평지에서나 가능하다. 영화에서 보면 군인들을 태우러 온 헬리콥터가 굳이 적들의 눈에 띄는 평지에만 착륙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헬리콥터가 새처럼 기울어진 곳에 매달렸다가 이륙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의 에릭 페론(Feron) 교수팀은 로봇 헬리콥터가 60도 가까이 기울어진 곳에서 이착륙할 수 있게 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반 헬리콥터는 최대 20도 정도의 경사지에서나 이착륙할 수 있다.

연구팀은 경사지에 갈고리 구조 테이프인
벨크로(velcro)를 입혔다. 헬리콥터는 경사지 위로 가속했다가 회전날개를 기울여 뒤로 물러나며 일종의 자유낙하를 한다. 이렇게 해서 경사지와 동체의 수평을 맞춘 뒤 역시 벨크로가 달린 바퀴로 경사지에 매달린 채 착륙하게 된다.

지난 5월 실험에서는 경사지 주변에 카메라들을 설치하고 3차원 영상정보를 로봇 헬리콥터에 보내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 있게 했다. 페론 교수는 앞으로는 경사지에 내릴 때 회전날개의 경사각을 이륙할 때와 반대로 돌리면 벨크로 없이도 매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회전날개기 동체를 위가 아닌 아래로 내려가도록 하면 마치 경사지를 빨아 당기는 것처럼 고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퀴를 새 발톱처럼 만들어 경사지를 붙잡게 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미 MIT의 조너선 하우(How) 교수는 일반 프로펠러 모형기로 매달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 모형기는 프로펠러를 하늘로 향한 채 벽에 매달렸다가 헬기처럼 이륙한다. 이후 회전을 멈춰 자유 낙하하면서 동체가 수평으로 되면서 프로펠러가 앞으로 향하게 된다. 이때 다시 프로펠러를 돌려 수평비행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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