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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사랑과진실 및

당신들 두 사람의 위대한 착각.

by 나비현상 2008.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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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말하고 싶을 때,
당신이 해야 할 몇 가지 마인드 컨트롤 혹은 제스처

사랑은 착각에서 시작된다. ‘내 남자의 고독을 이해하는 건 나뿐’이라는 당신의 착각과‘내 여자의 수줍은 교태는 나만 알 것’이라는 그의 착각. 그리고‘그(녀)에게 있어 이토록 살뜰하고 격정적인 사랑은 내가 처음일 것’이라는 당신들 두 사람의 위대한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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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착각으로 시작된 우리들의 사랑은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점차 콩깍지를 벗는다. 그것이 착각이었다 해도 상관없을 만큼 감정이 깊어지고 이해의 폭이 넓어지면 그때부터 진짜 사랑이 시작된다. 당신이 제 아무리 연애에 도가 텄다고 해도, 그가 많은 여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해온 킹카라 해도‘준비, 탕!’하고 연애를 시작했다면 두 사람은 각자에게‘처음 사랑’이다. 이 순간부터 당신이 머리에 새겨두어야 할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바로‘처음’이 주는 설렘이다.

당신이 처절한 연애의 후유증에 사로잡혀‘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외치건, 만나는 남자마다 사랑에 목숨을 바치느라 ‘사랑밖엔 난 몰라’의 자세로 살 건 언젠가는 분명 누군가와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와의 첫 순간을 만난다. 그는 스치듯 조심스럽게 당신의 손을 잡고, 후끈한 몇 번의 숨결 끝에 당신의 촉촉한 입술을 훔치고, 그의 어깨에 파묻힌 당신의 얼굴에 대고 나직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해’라고 말할 것이다. 부디 당신은 이 모든 첫 순간을 기억하기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여자가‘난생 처음’이라는 굴레에 사로잡혀 있는 여자다.

사랑 앞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태어나 처음’이 아니라‘사랑하는 당신과의 처음’이다. ‘3년 전 헤어진 남자와 첫 키스를 했으니 지금의 남자친구는 두 번째의 키스 상대자’라는 것은 얼마나 맥 빠지는 일인가! 물론 사랑은 얄궂기가 이를데없어, 종종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와의 첫 순간을 머릿속에 박아놓고 늘 설레기만 한다면 어디 불편해서 살겠느냐고? 맞는 말이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요, 낯모르던 남녀가 만들어가는 시간의 역사이다. 처음은 잊혀지게 마련이고 설렘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이야기는 급반전된다.

사랑이라면 웬만큼 해봤고, 남자라면 어느 정도 안다고 자부하는 데다 현재 연인과의 첫날밤이 관건이라면! 즉, 처음이라고 얘기하고 싶은 순간을 앞둔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가지 팁이 있다. 주의할 점은 그에게 버진(virgin)으로 보이고 싶다는 강박을 버리라는 것.

먼저, 입을 닫을 것. 둘만의 은밀한 공간에 들어가 어색한 척 한답시고 욕실과 방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당신도 모르게‘어머! 이 욕조엔 거품 기능이 안 되나봐? 에이, 후졌다’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둘째, 부담 주지 말 것. 당신의 ‘부담 갖지 말아요’는 바꿔 말하면‘ 나 아무 것도 몰라요’로 그에게 인식될 것이니 너무 많은 말도, 너무 많은 질문도 하지 마라. 셋째, 눈에 힘을 풀 것. 샤워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홀랑 뒤집어쓰고 눈만 빠끔 내놓는 짓은 위험하다. 적장을 노려보는 논개처럼 오버하면 되레 그의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넷째, 과거의 기억을 버릴 것. 남자가 팬티 가장자리를 훑다가 슬쩍 잡아 내릴 때 예전 습관대로 엉덩이를 살짝 들어 그의 수고를 덜어주는 짓을 했다간 다된 밥에 비듬 터는 격이다. 나아가 다리를 들어 그의 허리를 감는다든지, 허리를 비틀어가며 호흡을 맞춘다든지, 그의 귀에 입김을 불어넣는다든지 하는 짓은 삼가라. 다섯째, 안겨 잠들지 말 것. 적어도 그와의 첫밤이라면 조금은 어색한 거리를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그 거리만큼 그는 당신을 존중할 것이다.

‘처음’의 설렘이 사랑의 초반에 필요한 자양분이라면 앙큼한 제스처는 그 사랑을 지속시키고 탐스럽게 살찌우기 위한 비료이다. 사랑은 고도의 심리전이다. 머리 좋은 사람이 연애도 잘한다. 이것은 지능지수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어낼 줄 아는 앙큼한 여우들이 연애에 있어서도 승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이렇다. 그로 하여금 때론‘첫 순간’ 의 순정을 뽑아내고, 때론‘첫 남자’의 격정을 일으킬 줄 아는 것이 좋은 연애요, 멋진 여자다.
 

글|안은영


작가이며 기자로 활동 중인 안은영은 1971년 전주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메트로신문 대중문화팀에 소속되어 있다. <여자생활백서>로 이 시대 불특정 다수의 여자들에게 솔직하며 감동적인 생활의 기술을 전하였으며, 최근 <사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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