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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생활정보 및

자연재료조미료, 한국인의 입맛을 바꾸다

by 나비현상 2008.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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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료조미료 VS. 종합조미료


먹거리 안전에 비상이 걸리고 있는 요즘, 무심코 넣고 있는 조미료부터 다시 보게 된다. 염분 섭취량 세계 1위, 외식 횟수도 세계 상위권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식문화 이면에는 발효조미료에서 종합조미료로 이어진 ‘조미료 문화’가 있는 게 아닐까. 다행히 지금 조미료 시장이 바뀌고 있다. 인공첨가물을 다 빼고 자연 재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3세대 ‘자연재료조미료’가 등장, 한국의 식문화에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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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도에 시집와 45년이 다 되도록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아온 강애선씨(67ㆍ성동구 성수동). 요리를 하나도 할 줄 모르던 강씨는 시어머니께 제일 먼저 천연조미료 만드는 법을 배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 날부터 지금까지 가족 건강에 대한 일념 하나로 매일 멸치다시마로 육수를 뽑고, 홍합과 마른 새우 가루는 항상 모자라지 않게 구비하고 있다. 아이들 이유식 하나도 일일이 천연조미료를 바꿔가며 미감을 키웠을 정도.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손자 녀석이 제 엄마한테 그러더래요. 외할머니가 끓이는 된장찌개는 참 맛있는데, 왜 엄마가 끓이면 그 맛이 안 나느냐고. 된장찌개 하나 끓여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먹는 녀석이에요.” 배시시 웃는 강씨의 미소가 흡족해 보인다.




▲ 대상(주)은 지난 2월 분당 하나로마트에서 눈을 가린 채 각각 자연재료조미료와 기존의 종합조미료로 맛을 낸 국물을 맛 보고 입맞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했다. 참가 주부 659명 중 76%가 "국물맛이 개운하고 깔끔하다"며 자연재료조미료를 선택했다.


최근 조미료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커지면서 천연조미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소비자전문잡지 ‘프로슈머(Prosumer)’가 온라인 요리 동호회 싸이쿡ㆍ아이파크몰 요리과정수강생ㆍ은평구청 요리강좌 수강생 주부 162명에게 조사한 결과 조미료를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집에서 천연 재료를 이용해 직접 만든다는 응답자가 전체 응답자의 32%(52명)나 됐다. 반면 조미료를 쓴다고 응답한 55%(89명)의 대부분은 종합조미료에 대한 불신은 있지만 맛을 위해서, 또는 습관적으로 조미료를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다고 답했다.

김선정(32ㆍ양천구 목동)씨는 “사실 천연조미료를 만들면 좋죠. 그러나 아무리 전업주부라도 3살, 5살 아이 키우다 보면 재료를 일일이 다듬고 말리고 빻는다는 게 쉽지 않아요.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천연조미료들을 언제 어떻게 섞어 맛을 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요.”라며 의견을 밝혔다. 게다가 아무리 집에서 신경을 쓴다 주말 빼고는 대부분의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는 맞벌이 부부의 경우 조미료가 들어간 자극적인 음식에 입맛이 길들여진 것도 문제다. 


 

최근 주부 6년 차 유선미(32)씨는 최근 마트를 방문했다가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화학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 재료로 만든 새로운 조미료, '청정원 맛선생’이 출시됐다는 것. “설마 그럴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재료 건더기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냄새를 맡으면서 비로서 차이를 알게 됐다. “흰색은 버섯 가루, 갈색은 쇠고기가루, 파란색은 파 가루…”하면서 재료를 맞추는 것도 재밌었고, 기존의 종합조미료들이 인공향이 첨가되어 특유의 라면 스프같은 향이 났다면 새로운 자연재료 조미료는 담백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냄새가 확연히 났다. 김경미 청정원 맛선생 마케팅팀 과장은 “맛선생은 하루 이틀만 뚜껑을 열어놓고 있으면 향이 다 날아갑니다. 인공향을 강제적으로 넣지 않았다는 증거죠”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맛’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조미료가 식문화를 주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나다. 조미료 1세대라 불리는 ‘미원’으로 대표되던 발효조미료에 이어 ‘다시다’로 대표되는 종합조미료는 일정량의 MSG와 산분해간장 등의 맛 베이스에 쇠고기와 파ㆍ마늘ㆍ양파 등의 재료를 혼합해 1980년대 이후 조미료의 실세로 군림해 왔다.

그러나 인공첨가물의 유해 논쟁이 불면서 종합조미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신은 커져만 갔고, 웰빙과 건강이 화두가 되면서 그 논쟁은 지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2007년 말, ‘청정원 맛선생(鮮生)’이 출시되면서 드디어 종합조미료에 이어 3세대 조미료로 불리는 자연재료조미료가 등장했다.

자연재료조미료는 MSG와 합성첨가물 등 인공적 원료를 배제하고 자연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맛선생’의 경우 5년여의 연구 개발 끝에 MSG는 물론 산분해간장ㆍ핵산ㆍ합성향ㆍ설탕ㆍ합성보존료ㆍ합성착색료 등 기존 조미료에 첨가되던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모두 뺐다. ‘소고기맛’과 ‘해물맛’의 쇠고기와 해물 함량을 각각 20%(호주산)와 45%(국산)으로 높이고, 양파, 마늘, 표고 등을 말린 가루를 그대로 사용했다. 멸치ㆍ홍합ㆍ새우ㆍ게를 넣어 깊으면서도 깔끔한 맛을 내고, 쌀가루와 발효 효모를 첨가해 감칠맛을 높였다.


자연재료조미료는 냄새를 직접 맡아 보고,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MSG를 넣지 않았다고 자연재료조미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화학 합성향이나 산분해간장 등 인공성분을 완전히 제거했는지, 소고기나 해물 맛을 내기 위해 합성향이나 핵산을 넣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하게 챙길 건 소금 함유량. ‘맛선생’의 경우 염분을 기존 종합조미료보다 10% 줄여 기존의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 난 후 느끼던 갈증과 물리는 현상이 줄어들었다. 대상㈜ 식품사업총괄 왕길완 전무는 “건강을 지향하는 식문화가 정착되면서 자연조미료의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연조미료의 특징은 건강한 재료에도 있지만, 뒷맛이 깔끔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맛’에도 있다. 달고, 짜고, 매워서 입맛을 자극하는 맛이 아니다. 당장은 다소 밍밍하고 약한 맛이라도 재료 본연의 맛이 충분이 살아나며 먹고 나도 속이 개운하다.

자연재료조미료 또한 천연조미료가 내는 맛을 지향한다. 맛선생의 경우 기존 조미료에 비해 짠맛, 씁쓸한 맛은 덜한 대신 개운하고 깔끔하다. 인터넷에도 ‘맛선생’의 맛에 반해 맛선생으로 요리를 하고 레시피를 올리는 블로거들이 늘고 있다.

‘쇠고기맛’은 미역국이나 갈비탕, 전골, 고기를 넣은 찌개 등에 넣어주면 고기육수와 어우러져 맛을 더 진하게 내주고 향을 좋게 한다. ‘해물맛’은 칼국수 면을 이용한 요리 등에 이용하면 해물 본연의 맛을 더 풍부하고 하고 시원한 맛을 깊게 한다.

전수도요리학원 강남점 부원장이자 현재 수도요리학원 종로점 외래강사ㆍ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강사ㆍ공영 방송 등에서 활동 중인 한명숙 요리연구가는 평소 천연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쓴다.

“자연재료조미료가 나왔다고 해서 시험 삼아 미역국을 끓일 때 맛선생 소고기맛을 넣어봤다. 고기는 넣지 않고 조선간장으로만 간을 맞췄는데도 평소 육수를 직접 뽑아서 끓이는 국물맛에 근접해 놀랐다”며 “느끼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아 맛 내기 어려운 나물 무침이나 부침 등에 조금씩 넣어주면 맛이 더 살아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동래 파전 하나를 하더라도 맹물 대신 멸치와 다시마 끓인 물을 넣으면 맛이 더 좋아지듯 집에서 간단하게 ‘맛선생’ 해물맛을 넣으면 별도의 밑간 없이도 파전 맛을 더 좋게 할 수 있다.

또 조선시대부터 양반들은 멸치 국물이 아닌 양지국물에 국간장을 해서 칼국수나 수제비를 맛있게 끓여 먹었다. 맹물에 맛선생 소고기맛을 넣어 국물맛을 내면 평소 먹는 칼국수나 수제비 하나도 색다르게 먹을 수 있다. 고 제안했다.



글 옥지윤 기자 | 사진 허재성 기자 | 요리 한명숙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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