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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미용패션 및

미니스커트 속 세상사

by 나비현상 2007.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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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락말락~ 미니스커트 속 세상사

'보일락말락' 아슬아슬한 초미니 패션이 여름 거리를 누비고 있다. 여성의 치마 길이가 짧아질수록 경기가 불황이라는 속설로 본다면 작금의 상황은 유사이래 최고의 불경기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는 '미니스커트'라는 용어로도 부족해 '초(超)미니스커트'에 더해 10억분의 1에 해당하는 과학용어를 빌린 '나노(nano) 미니스커트'까지 등장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여성들의 개성 표출 수단이 좀더 과감해진 것으로 분석하지만, 사회·경제학적으로 이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선은 또 다르다. 미니스커트속에 담긴 갖가지 세상사. 그 속을 들여다봤다.

# 1967~2007년, 40년 역사의 미니스커트 미니스커트가 국내에 들어온지 벌써 40년이 흘렀다.익히 알고 있듯이 미니스커트를 국내 처음 소개한 이는 가수 윤복희씨다. 윤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남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당시 런던에서 유행하던 미니스커트를 입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그것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회고했다.

1967년 그 당시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패션의 충격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큰 논란이 됐다. 보수적인 사회통념상 여성이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다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고 풍기문란을 이유로 경찰은 이들을 단속하기에 바빴다. 그때 단속 기준은 경범법 처벌에 의해 무릎위 마지노선 20㎝까지였다.

반면 한편에선 저항과 자유의 새 바람이라며 그녀의 시도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반응은 1960년 미니스커트를 개발한 의상 디자이너 메리퀸트의 나라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짧은 스커트로 다리 곡선과 엉덩이를 부각시키겠다는 과감한 시도는 영국 사회에도 큰 논란을 낳았지만 결국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고 싶은 여성의 욕망은 이러한 분위기에 일대 반전을 이끌어냈고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 미니스커트가 자리잡기 시작하자 70년대에는 패션과 실용성을 가미한 '핫팬츠'가 등장, 유행을 리드했다. 핫팬츠는 미니스커트를 능가하는 짧은 길이로 과감함을 더했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아찔함을 배가시켰다.

이어 80년대와 90년대에는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선보였다. 미니스커트에 대한 인기가 다소 시들해진 틈을 타 중간 길이의 미디스커트, 맥시스커트가 잠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미니스커트의 인기는 계속됐다. 특히 치마를 통한 여성성보다는 남녀 구분이 없는 유니섹스 패션이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할 수 있는 미니스커트 바람이 다시 뜨거워졌다. 달라진 점은 이른바 쫄바지라고 불리는 레깅스가 등장하면서 부담스럽게 맨살을 드러내지 않아도 돼 더욱 과감해졌다는 것이다. 주위의 부담스런 시선을 피하면서도 나름대로 각선미를 드러낼 수 있어 더 대담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패션 관계자들조차 이러다가 엉덩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니스커트에 얽힌 다양한 이론들

여러 이유로 도입 당시 논란에 휩싸였던 미니스커트가 이젠 당당히 사회와 경제를 설명하는 한 지표로 떠오르며 연구대상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패션학자 뿐 아니라 사회학자, 경제학자들까지 미니스커트에 대한 각종 연구논문 및 이론을 발표하여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이론은 치마 길이와 경제상황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다양한 이론들이다.이와 관련해선 경제학자들과 패션 전문가들은 각각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스커트의 길이와 경제상황에 대한 이론을 내놓은 미국 경제학자 마브리는 지난 71년 뉴욕의 경제상황과 치마 길이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면서 스커트의 길이가 짧아지면 주가가 오른다는 '치마길이 이론'을 주장했다. 경기 호황이 곧 미니스커트의 인기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경기가 호황이던 60년대에 여성들은 짧은 치마를 입었고, 오일 쇼크 등으로 불황이었던 70년대에는 긴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와 반대로 불경기가 되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이론도 힘을 얻는다. 대다수 패션전문가들과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이지만 해석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한쪽은 불황일수록 여성들이 여성성을 살려 남성들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잠재의식을 드러낸다는 것이고, 또 다른 쪽은 경제불황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데 이에 패션업계에서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를 자극시키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경기가 나빠지면 초라해 보이지 않기 위해 가능하면 짧고 도발적인 디자인을 시도해 자신을 돋보이려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물자 절약 차원에서 치마 길이를 짧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영국에선 2차대전 당시 옷감 절약을 위해 치마를 짧게 입으라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불황에는 남성들이 여성을 바라볼 여유가 없으므로 여성들이 남성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며, 호황에는 여유로운 남성들이 여성들을 자주 쫓아다니고 여성들은 남성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 긴치마를 입는다는 다소 억지스런 주장도 있다.

한편 미니스커트를 경제학적으로 꿰어 맞추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패션업계가 주장하는 것으로 패션 트렌드는 경제상황과는 관련이 없고 전 세계의 유행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이다.

#꼴불견과 아름다움은 백지장 차이!

직장인 김모(37)씨는 얼마전 육교를 지나다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는 민망한 경험을 했다. 육교를 오르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앞서가는 여성의 미니스커트가 겨우 엉덩이만 가릴 정도로 짧아 얼떨결에 치맛속을 보게 됐다. 괜히 민망해진 김씨는 괜한 오해를 살까 걱정돼 걸음을 빨리 재촉했다고 한다.

이는 비단 김씨 뿐만이 아닐 것이다. 주부 서모(43)씨는 "얼마전 남편과 분식집에 들렀다 앞에 앉은 여성이 짧은 치마를 입은채 다리를 벌리고 앉아 민망했던 경험이 있다"며 "같은 여성이지만 개성 표현을 넘어 최소한의 조심성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에게 '지금 유행하는 초미니스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물론 이들의 답변이 대표성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반 시민들의 의견임을 전제로 본다면 의외로 여성, 남성 성별 구분없이 대부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성들은 '더운 여름철 시원함을 선사해 고맙다' '지친 눈에 피로를 풀어줘 고맙다' 등 거의 관찰자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답했고, 여성들은 '미니스커트를 입기 위해 자신을 가꾸는 모습이 아름답다' '젊음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발랄하게 생각된다' 등 주체적 입장에서 우호적 대답을 했다.

그러나 모두가 꼴불견으로 여기며 공감했던 부분은 '예의를 갖추지 못한 과감한 노출'이었다. 실제 옥션이 지난달 조사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꼴불견 패션으로 미니스커트, 미니원피스, 핫팬츠 등을 통한 과도한 노출(30%)을 꼽았다. 올해 패션계 최고 히트상품이 미니스커트 등 노출 패션이었음을 감안하면 예상 밖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니스커트에 대한 의외의 현상은 또하나 있다.

유행을 이끌어감에도 여성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 김도영 애경백화점 영캐주얼 MD는 "미니스커트는 주로 20~30대 초반이 많이 찾는 패션 아이템이지만 판매에 있어선 영향이 미미하다"며 "여성복을 기준으로 10장의 스커트가 입고됐다하면 통상 1~2장만 미니스커트이고, 이마저도 영캐주얼 분야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제 미니스커트는 유행을 이끌어가는 패션 아이템이 됐다. 미니스커트에 대한 여러 분분한 의견이 대두되고 있지만 미니스커트는 앞으로도 수많은 변신을 거듭하며 우리 여성들, 아니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 나갈 것이다.

<노컷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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