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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이라크전 참상 고발 ‘퍼플하트’展… 미국인 충격

by 나비현상 2007.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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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귀환병’ 전쟁 고통 고스란히


[한겨레]
“전쟁의 상처는 말이 필요없다.”

“전쟁의 상처는 말이 필요없다.”

미국 뉴욕 맨해튼 ‘젠 베크만 갤러리’에 전시된 20장의 사진 가운데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한 해병의 결혼식 사진은 관람객들의 발길을 꼭 멈추게 한다. 전 해병대 병장 티 지젤(24)과 르네 클린(21)이 지난해 10월 결혼식 직전 근처 사진관에서 찍은 것이다.

전통적인 하얀 신부드레스를 입고 붉은 색 장미 꽃다발은 들고 있는 클린은 신부답지 않게 웃음이 없다. 심각하다. 해병 정장을 입은 신랑 지젤의 눈길은 신부를 향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읽기 힘들다. 복면을 쓴 듯한 그의 얼굴은 코도 턱도 없이 기괴하다.

이라크에 두 번째 파병됐던 지젤은 2004년 순찰 도중 자살폭탄 테러 공격을 받고 트럭 속에 갇혀 얼굴과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텍사스주 브루크 군병원으로 후송돼 19차례 수술을 받고 겨우 생명을 건졌다. 부서진 두개골 뼈는 플라스틱으로 이식했지만, 코와 귀는 겨우 위치를 알 수 있는 구멍만이 남았다. 한쪽 눈은 실명됐다.

두 사람은 이 시골의 고등학교에서 만나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클린은 부상당해 돌아온 지젤을 간호해왔다. 결혼식은 이 고등학교 교정에서 열렸다.

이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 니나 버먼은 <피플>의 의뢰로 브루크 군병원에서부터 클린의 간호를 받고 있던 지젤의 회복과정을 기록해 왔다. 그는 이 사진으로 지난해 세계언론사진전에서 상을 받았다. 버먼은 지젤을 포함한 20명의 귀환병들의 사진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집 <퍼플하트훈장: 이라크 귀환병>을 출간했고, 지난 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이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각) 아트섹션 1면과 5면에 걸쳐 이번 사진전을 다뤄 독자들에게 슬픔어린 감동을 안겨줬다.

버먼은 “이 사진에 대한 반응은 사진의 힘에 대한 내 믿음을 재확인시켜준다”며 “이 사진은 사람들의 잠을 깨우는 전화벨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류재훈 특파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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