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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신종병역비리를 심층취재...'PD수첩'에서

by 나비현상 2007.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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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홍주 기자] MBC 탐사 저널 프로그램 'PD수첩'에서 추적한 신종병역비리와 관련한 내용에 시청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8일 방송된 'PD수첩'에서는 병역 연기와 면제를 목적으로 서류 위조까지 서슴지 않는 이른 바 '가짜' 유학생들의 신종병역비리를 심층 취재했다.

신종병역비리와 관련한 제보들이 잇따른 가운데 별 문제의식 없이 병역을 기피하려 했던 유학생들과 이들을 이용해 수십억 원을 벌어 온 유학원이 동원된 검은 거래까지, 각종 불법 수법이 동원되어 병역 기피와 면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미국학교의 입학허가서와 재학증명서를 위조하여 병역 연기를 받은 수만 무려 2백여 명에 달했으며, 뿐만 아니라 영주권을 위조하여 병역을 면제받는 수법도 수년간 계속되어왔다는 제보도 있었다. 부유층 자제들이 위조서류와 대리시험을 통해 대학에 입학한 후 병역을 연기했다는 사실도 방송을 통해 속속 드러나 씁쓸함마저 자아냈다.


한 가지 의혹을 자아내는 대목은 적게는 200건, 많게는 수천건에 달하는 위조 서류가 사용되면서도 어떻게 관련 기관들이 이를 모르고 수 있었는지다.

'PD수첩'은 이 같은 의혹 제기와 함께 병역 서류가 어떤 절차를 통해 처리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소개했다. 실제로 병역 면제나 연기를 위해서는 여러 기관들을 거쳐야 하는데, 먼저 유학생이 만들어온 재학증명서나 병역연기신청서를 영사관, 즉 재외공관에 보내야 한다. 영사관에서 확인을 거친 다음 병무청에 이를 전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병무청에서 병역 면제나 연기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인 절차 과정이다.

즉, 병역 관련 서류에 관한 1차적인 점검은 재외공관에서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유학원 한 군데의 위조로 병역 비리가 이뤄질 수 없음을 방증이기도 하다. 'PD수첩'에서는 LA 교민들의 제보를 토대로 이 같은 병역비리가 수년간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유학원과 LA 총 영사관의 유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제보를 받고도 조용하기만 했던 관련 기관들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었다. 유학원의 비리에 관한 제보가 이미 워싱턴의 한국대사관과 검찰, 그리고 병무청에도 잇따랐으나 어느 기관에서도 수개월간 구체적인 조사는 없었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했다.

특히 11월초 가짜 유학생들의 신종병역비리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8개월간 묵묵부답이었던 병무청에서는 뒤늦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제보자가 고발한 총 200여명의 병역기피자 중 단 17명만 고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태춘 병무청 감사팀장은 "마치 병무청에서 은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 하는 오해는 사고 있지만 저희로서는 당당하다"며 "숨긴다고 해서 숨겨지는 일이냐"고 반문한 뒤 "병무청에서 관리하는 자원이 삼백만명 정도 되고, 저희가 각 13개 지방청에 관리하고 있어 본청에서 이것을 확인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PD수첩'에서 취재한 결과는 병무청이 답변한 내용과 사뭇 달랐다. 'PD수첩'에서 병무청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미 지난 8월에 모든 조사가 끝이 났고, 재발방지책까지 나온 상태였다.

병무청 감사팀장은 위조재학증명서 제출자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 2주 정도 소요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검찰에 고발하는 대상자는 17명밖에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43명은 위조된 재학증명서를 받았는데 그 이후에 영주권을 받은 사람들이다"고만 답했다. 이 외에도 위조 후 정식 입학한 15명과 해외에서 부모와 동거중인 11명, 위조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24세 이하인 19명에 한해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역 혹은 병역을 이행중인 37명도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다.

류관석 전 병역비리 수사 군검사는 "문서를 위조하고, 또 이런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데도 일괄 선별해서 고발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과연 병역 의무 이행 여부나 처벌 실효성 여부는 수사 기관의 몫이지만 일단 병무청에서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무조건 고발하는 게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병역 비리 실태에 시청자 또한 씁쓸하기 그지 없다는 반응이다. 한 시청자는 "오늘 내용을 보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떠오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이 나라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책무인데 돈이 있고 권려과 명예를 가진 일부가 본인이 속한 국가의 법을 조롱하면서 어기는 것에 씁쓸할 따름이었다"는 요지의 의견을 남겼으며, 또 다른 시청자는 "책임 떠넘기기 식의 관리 당국의 답변에 더 어이가 없었다"고 적었다.

한편, 제작진은 방송 말미에 "신종병역비리는 조용히 덮어둔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방송 직전에 미국 교포로부터 또 다른 제보가 왔지만 'PD수첩'은 앞으로도 이 문제를 주시하면서 취재해 나갈 생각이다"고 전해 후속 방송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신종병역비리의 실태를 추적한 'PD수첩'. 사진제공 = MBC]

(고홍주 기자 coo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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