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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연말 디너쇼, 그 속이 궁금하다?

by 나비현상 2007.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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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디너쇼, 그 속이 궁금하다

돈은?… 한정된 시기 열리지만 입장권 비싸 年매출액은 커
스타?… 디너쇼 최강자 나훈아 빠져… 인순이 ‘블루칩’으로
흥행?… 흥행 쉽진 않아… 남은 티켓 초대권으로 뿌리기도

  • 최승현 기자
    • 연말과 어버이날, 그리고 명절이 오면 각 호텔들은 가수들 디너쇼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방송이나 콘서트장에서는 자주 만날 수 없었던 트로트 가수들이 디너쇼의 주인공인 경우가 대부분. 활동이 뜸해 “한물간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가수들도 디너쇼 현장에서는 순식간에 입장권을 매진시키고 관객들의 환호를 결집 시키는 성인 가요계의 ‘동방신기’로 변신한다. 하지만 야심만만하게 ‘간판’을 내걸었다가 별다른 수익을 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디너쇼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젊은 가수들의 디너쇼가 새로운 트렌드. 어떤 의미에서든 한국 가요계의 빼놓을 수 없는 구성 요소가 바로 디너쇼 무대다. 현장 관계자들을 통해 그 이면을 알아봤다.

      거액의 입장권, 80억대 시장

      1년 12달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콘서트에 비해 디너쇼는 한정된 시기에만 열린다. 그 숫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하지만 입장권 가격이 14만~20만원의 거액이기 때문에, 연 매출액은 상당하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올해 콘서트 시장의 규모는 700억원대. 그 중 디너쇼 매출 규모는 50억~8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디너쇼 입장권 한 장 가격이, 보통 콘서트 입장권 2~5장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 디너쇼 시장의 경기는 연말 최절정에 달한다. 어버이날 펼쳐지는 디너쇼 숫자는 연말과 비교해 60% 수준. 명절 디너쇼의 숫자는 더욱 적어 10% 선에 불과하다. 디너쇼가 열리는 호텔 룸의 좌석 숫자는 700~1000석 사이. 2회 디너쇼를 갖는 가수는 대형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펼치는 것과 다름없는 2000여명 관객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워커힐 호텔 예능팀 양진욱 PD는 “디너쇼를 하는 가수들은 2회 공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워낙 입장권 가격이 비싸 3회 이상 디너쇼를 하면 관객을 모으는 데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 가수 나훈아(사진 왼쪽)와 인순이. /조선일보 DB
    • 호텔에서 직접 디너쇼를 기획하는 경우도 있지만, 공연기획사가 제작을 맡고, 호텔 측에 대관료와 음식값을 지불하는 게 일반적.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관객 한 사람당 6만~9만원 정도로 계산을 해서 호텔에 대관료와 음식값을 지불한다”며 “매출의 3분의 1쯤을 호텔 측에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디너쇼의 최강자 나훈아의 공백

      “디너쇼의 최강자가 나훈아”라는 사실은, 공연 관계자들 모두가 동의한다. 나훈아는 디너쇼 1회 공연에 5000만~7000만원쯤의 개런티를 받는다. 이미자, 패티김 등 특A급 가수들도 마찬가지. 마이너 트로트 가수들은 1000만~2000만원 선의 개런티에 만족하기도 한다.

      디너쇼를 기획하는 주해실업 김용식 사장은 “나훈아는 악단을 구성하고 독특한 무대 장치를 만드느라 자신이 받은 개런티의 대부분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훈아는 디너쇼를 품격 있는 ‘최고 가수’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채널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나훈아가 각종 루머에 휩싸인 채, 잠적해버린 상태라 디너쇼 시장에서도 사라졌다는 것.

      나훈아 대신 올해는 ‘거위의 꿈’ 인순이가 디너쇼 시장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파크 김선경 홍보팀장은 “원래는 항상 나훈아 디너쇼가 최고의 매진 속도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인순이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며 “그래도 나훈아 디너쇼만큼의 열광적인 반응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젊어지는 디너쇼

      디너쇼를 찾는 관객의 주 연령대는 40~60대. 한 호텔 관계자는 “어버이날 디너쇼에는 자식들에게 입장권을 선물 받은 60대 관객이 많고, 연말에는 각종 중소기업체 임원들이 부부 동반으로 송년회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아 연령대가 다소 내려간다”고 했다.

      하지만 3년 연속 최다 음반 판매 가수로 등극한 남성 3인조 보컬 그룹 SG워너비가 올 연말 디너쇼를 개최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들의 디너쇼 입장권은 예매를 시작한 지 열흘 만에 매진됐다. 관객은 30대가 주류. 20대도 적지 않지만 중장년층은 거의 없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SG워너비 소속사 엠넷미디어의 권창현 실장은 “직장을 갖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SG워너비 팬들이 비싼 입장권 가격에도 불구하고 디너쇼 공연을 찾는 것 같다”며 “디너쇼는 일종의 고급 콘서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음반 시장이 많이 침체돼있는 요즘 가수들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머나’ ‘이따이따요’의 장윤정, ‘곤드레 만드레’ ‘빠라빠빠’의 박현빈 등 신세대 트로트 가수의 디너쇼 현장에도 20~40대 관객들이 많다. 인순이 디너쇼도 젊은 세대에게 적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다.

      디너쇼의 어두운 그늘

      KBS ‘가요무대’를 제외하면, 방송과 콘서트장에서 자주 만나기 힘든 80~90년대 인기 트로트 가수 주현미. 하지만 그는 20여 년간 매년 두 차례 이상 디너쇼를 열며 한 번도 빠짐없이 매진을 기록했다. 주현미 소속사 C.C 엔터테인먼트 김선기 대표는 “주현미를 만나기 어려우니까 디너쇼를 기다려 찾아오는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디너쇼들이 표를 다 팔지 못해 곤란한 지경에 빠지곤 한다. 역시 비싼 입장권 가격이 문제인 것. 공연기획사 입장에서는 표가 다 팔리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리는 다 채워야 한다. 가수들의 자존심 때문. 방법은 초대권을 뿌리고, 각종 공연 협력업체들에게 현금 대신 디너쇼 입장권으로 대가를 지불하는 것.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수많은 트로트 가수들이 연말에 디너쇼 한번 하려고 목숨을 거는데, 흥행이 쉬운 게 아니다”며 “일부 공연 협력업체들은 아예 돈 대신 입장권을 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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