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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미용패션 및

나는 애인보다 향수가 좋다

by 나비현상 2008.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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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녁에 송년모임이 있는데 향수라도 뿌릴걸…. 뒤늦게 후회를 한다.’

향수 시즌이 찾아 왔다. 회사에 갈 때도, 애인을 만날 때도, 면접에 갈 때도 사시사철 뿌리는 향수이긴 하지만 연말에는 분위기 나는 향수를 한번쯤 뿌려야 할 때가 많다.

 

[동아일보]

《‘아침 출근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엘리베이터를 탄다. 홀로 탄 한 남자에게서 시원한 숲 속 같은 향기가 난다.


사람은 각자 고유한 체취가 있다. 식생활, 위생상태, 입은 옷, 환경 등이 몸에 화학작용을 일으켜 냄새를 발산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심리학과 피트 브론 교수는 이를 ‘후각 신분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향수는 신분증이었다. 후각은 사람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플라톤 시대에 향수는 매춘부나 사용하는 몹쓸 것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18세기에는 유럽 상류층 여성들이 쓰는 특권층의 징표로 인식됐다.

요즘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향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제는 향수 그 자체보다는 신중하게 고른 향의 종류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향수란 자신에 대한 포장이자 표현이기도 하다.

“향이 좋아서….” 향수를 고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 왜 좋은 것일까.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향수의 선택은 단순하지 않다. 형언하기 힘든 과거의 기억과 연관된 그리움을 사는 행위일 수도 있다.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어른이 됐다는 증명일 수도 있다.

기다랗거나 동그란 용기에 담겨 있는 희한한 액체.

향수는 감성을 팔기 위해 의도된 상품이다. 향수가 뿜어내는 냄새, 오밀조밀한 용기, 사용하는 방식에는 선택받고 싶은 과학이 숨어 있다. 》

촬영 : 박영대 기자

○향기의 과학,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다

인간은 대략 40만 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코를 갖고 있다. 엄마의 배 속에 있는 5개월 된 태아도 양수에 녹아 있는 엄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은 최대 4000배나 차이가 난다. 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만 있는 게 아니라 냄새를 전혀 분간하지 못하는 ‘후맹(嗅盲)’도 있다.

아무리 냄새를 잘 맡는 사람도 냄새를 정의하기는 힘들다. 또 어떤 화학적 성분이 어떤 냄새를 낼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후각을 느끼는 데 관련된 뇌는 언어중추가 포함된 좌측 대뇌와 거의 연결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몸으로 냄새를 느끼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분석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어릴 때 엄마가 담근 김치가 푹 익었을 때 나던 냄새”라거나 “길을 잃었을 때 길가에서 풍겨오던 아카시아 향기” 등과 같은 표현을 즐겨 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서 설명하는 셈이다.

향수 제조회사들은 이런 점을 활용한다. 조향사(調香師)인 LG생활건강 센베리퍼퓸하우스 김병현 향료연구소장은 “단기 기억에 저장되는 시각과 달리 향기는 인간의 장기 기억 속에 저장된다”며 “향수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중에게 특정한 기억을 불러오는 냄새를 의도적으로 조합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닐라향은 엄마의 모유 냄새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엄마에 대한 향수(鄕愁)가 생겨 샤넬의 ‘알뤼르’, 랑콤의 ‘이프노즈’나 캘빈클라인의 ‘업세션’ 향수를 고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아이스크림 매출의 50%가량을 바닐라향 아이스크림이 차지하는 이유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자랐다면 겐조의 ‘로파르겐조’나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 질샌더의‘퓨어’ 등과 같은 제품에 이끌릴 가능성이 높다. 1990년대 국내에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이런 향수들은 시원하고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학창 시절에는 싫어하던 캘빈클라인의 ‘CK BE’, 카사렐의 ‘노아’, 이브생로랑의 ‘시네마’를 성인이 된 뒤에는 갑자기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향수들에 들어간 우디나 머스크향이 이성을 매혹하는 성 호르몬인 페로몬을 떠올리도록 형상화했기 때문이다.

 

내 病은 내가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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