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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미용패션 및

왜 스타들은 화이트 면셔츠를 고집할까?

by 나비현상 2008.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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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들은 왜 화이트 면셔츠를 고집하는 걸까? 요란하고 화려한 옷들은 죄다 제쳐둔채, ‘결정적인 순간’이면 그들은 화이트 면셔츠를 입고 있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이은주. 이은주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흰색의 깔끔한 면 셔츠에, 검정색 스커트를 입고 여관방에서 이병헌과 떨리듯 이야기를 나눈다. 이은주의 반듯하고 정갈한 화이트 셔츠는 비좁고 누추한 여관방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이제 막 사랑을 나누려는 두 사람간의 아릿한 공기를 달뜨게 해주었다. 불과 한 장의 ‘베이직 화이트 셔츠’였지만 이렇듯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옷이란 옷을 죄다 갖고 있어도 왠지 허전하다면? 그땐 화이트 면 셔츠에 눈길을 주는 수밖에 없다.
 
▶화이트 면 셔츠 왜 인기?= 패션디자이너와 패션비평가들에게 ‘가장 매력을 느끼는 아이템’을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화이트 면 셔츠를 꼽는다. 그들은 화이트 면 셔츠를 ‘패션의 정점’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옷장이 터져라 많은 옷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마침내 종국적으로 선택하는 옷이 있으니 바로 화이트 셔츠다.
화이트 면 셔츠는 모두 비슷할 것 같지만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패션에 있어 예민한 촉수를 지닌 멋쟁이들은 “장안에 면 셔츠 파는 곳은 많지만 정작 맘에 드는 셔츠는 많지 않다”고 투덜댄다. 똑같아 보여도 스타일이 의외로 다양하고, 질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칼라 폭에 따라, 칼라의 높이에 따라 느낌은 천양지차며, 소매끝 하나면 살짝 비틀어도 디자인이 확 달라지는 게 바로 화이트 셔츠다. 면 100%인가, 아님 면 96~98%에 스판덱스가 2~4% 들었는가, 아니면 실크가 살짝 들어갔는가에 따라 느낌이 확확 달라진다.
이를테면 칼라가 좁고 길이가 짧은 일자 스타일의 콤 데 가르송의 면 셔츠는 ‘귀여운 미소년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그만이다. 헬무트 랭의 면 셔츠는 같은 일자면서도 매니시한 것이 특징이고, 질 샌더의 셔츠는 얇고 가뿐한 이집트산 고급 면소재가 세련된 분위기를 한껏 돋워준다.
또 앤 드멜메스터의 화이트 셔츠는 모기장에 필적될 정도로 얇은 아사 소재에 풍성한 소매가 가미돼 한점의 조형작품을 보는 듯하며 돌체&가바나의 셔츠는 긴 칼라에 허리는 날씬하게 피트되지만 엉덩이는 충분히 덮어 색다르다. 그밖에 발렌시아가의 셔츠는 섬세하게 재봉된 실루엣에 금단추나 포켓이 장식돼 고급스럽고, 에디 슬리만의 셔츠는 얄미울 정도로 슬림한 실루엣이 특징이다.
한편 요지 야마모토의 셔츠는 소매단에 레이스를 장식해 독특하면서도 화려하고, 띠어리는 뉴요커의 시크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미니멀한 셔츠로 정평이 나 있다.

▶기본형, 매니시한 박스형, 전위적이거나 로맨틱한 형= 화이트 면 셔츠는 가장 흔한 베이직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루즈 핏’으로 입는 길고 느슨한 박스형 스타일이 있다. 또 독특하게 재단해 전위적이거나 러플 또는 리본을가미한 로맨틱한 스타일도 빼놓을 수 없다.
▷심플한 베이직 스타일=배우로 치면 귀네스 팰트로가 이에 해당된다. 또 ‘프렌즈’의 주역 제니퍼 애니스톤도 베이직한 화이트 면 셔츠가 썩 어울리는 스타다. 애니스톤은 화이트 면 셔츠를 때론 정장스커트에, 때론 초미니 스커트에, 때론 청바지에 멋지게 소화하곤 했다.
이같은 기본형 스타일에선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 질 샌더와 휴고 보스가 단연 첫 손 꼽힌다. 질 샌더의 화이트 면 셔츠에 매료된 나머지 이 평범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아이템(그러나 미묘한 차이가 있다!)에 매 시즌 거금(?)을 쾌척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 구호, 캘빈 클라인, 프라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띠어리 등의 간결한 화이트 면 셔츠도 입는 이를 한결 세련되게 보이게 한다. 최근들어선 클럽 모나코의 화이트 면셔츠도 군더더기 없는 베이직 스타일로 마니아층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매니시한 빅사이즈 스타일=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분)는 커다란 셔츠 하나만 걸친 채(물론 빅사이즈 벨트로 허리를 졸라매긴 했다) 전화를 거는 장면을 자주 보여주곤 했다. 그 모습은 정말 섹시했다. 파커는 커다란 셔츠를 허리께에서 질끈 묶었던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과 심플한 셔츠에 테일러드 팬츠를 멋지게 곁들였던 캐서린 헵번의 계보를 보란 듯, 그리고 고도로 잇고 있는 셈이다. 또 칸영화제 레드 카펫에 베라 왕의 실크태프타 드레스에 남성용 화이트 셔츠를 헐렁하게 걸친 후 밑단을 묶고 나타난 샤론 스톤의 과감한 스타일도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이처럼 남성들의 빅사이즈 흰 셔츠를 여성들이 입었을 때는 요염함 쪽으로 셔츠의 ‘표정’이 급변한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길고도 얇은, 펄럭이는 셔츠는 벙벙한 듯한데 더없이 섹시하다.
▷아방가르드한 전위적 스타일, 또는 로맨틱 스타일= 화이트 면 셔츠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깨뜨린 디자이너로는 파리서 활동 중인 요지 야마모토가 첫손 꼽힌다. 그의 면 셔츠는 독특한 재단과 봉제가 가히 ‘아트’에 비견된다. 콤 데 가르송, 스텔라 매카트니, 앤 드멜메스터의 혁신적 화이트 면셔츠도 패션피플들을 설레게 한다. 또 톱디자이너 진태옥의 화이트 면 셔츠도 이에 못지않다. 국내의 패션마니아 중에는 진태옥의 셔츠를 열렬히 애호(?)하는 이들이 꽤 많다. 진태옥은 “나 자신 화이트 면 셔츠를 너무 좋아해 매시즌 만들게 된다”며 “가느다란 세사의 고급 면소재로 심플하게, 그러나 약간의 변화를 주면 신선한 화이트 셔츠가 탄생한다”고 전했다.

진 씨는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배우 김희애의 ‘도전적인 셔츠 연출’이 최근 접한 여러 스타일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너무 멋져서 e-메일까지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여성이 입어도, 또 어떤 스타일로 연출해도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를 주는 게 바로 화이트 면 셔츠의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면서도 가장 패셔너블하게 연출할 수 있는 게 면 셔츠라는 설명이다.
 
▶셔츠 칼라, 얼굴형과 반대되는 걸 고른다?= 그렇다면 화이트 면 셔츠는 어떻게 입어야 멋질까. 만약 얼굴이 긴 사람이 칼라가 너무 길고, 각진 것을 입으면 얼굴이 더욱 길고 지루해 보인다. 반면 얼굴이 짧고, 동그란 사람이 폭이 넓고 동그란 칼라의 셔츠를 입으면 자칫 보름달처럼 보일 수 있으니 피해야 한다. 얼굴이 동그랗고 작다면 칼라 폭이 날렵하게 좁으면서 긴 게 좋다. 만약 얼굴이 둥근 데다 크기까지 크다면 셔츠의 칼라 폭은 좁으면서 짧은 게 적당하다.
셔츠를 구입할 때는 자신의 몸에 잘 맞는 걸 골라야 한다. 허리를 날씬하게 보이고 싶다고 어깨가 너무 넓은 것을 사면 오히려 더 뚱뚱해 보인다. 또 화이트 면 셔츠는 너무 싼 것은 소재가 거칠어 스타일이 잘 살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좋은 소재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셔츠를 입을 때는 단추를 두 개쯤 풀어주는 게 좋다. 때때로 ‘맨 위 단추까지 꼭꼭 잠가야 직성이 풀린다’는 이들도 있는데 면접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면 두세 개쯤 푸는 게 한결 여성적이고 섹시해 보인다. 목이 짧은 편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외국 여성들은 봉긋한 가슴선이 보일락 말락 단추를 3~4개쯤 푸는 게 기본 아니던가.
늦여름, 화이트 면 셔츠로 섹시하면서도 상큼한 룩을 연출해 보자. 그 눈부신 색상과 심플함에 지리한 더위가 저만치 물러갈 것이다.
이영란 (yrlee@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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