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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 가능하다!

by 나비현상 2008.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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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태양광 발전, 가능하다!

1960년대 말 미국서 처음 제안 NASA "경제성 없다"고 폐기
지난해 미 국방부서 논의 재개

한반도 면적 1.5배 정도 크기 태양전지판만 우주에 깔면
지구 전체 전력수요 충족 가능
이영완 산업부 기자(과학팀장)



새해 들어 각국 정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나라마다 현안이 다르지만 한 가지는 같다. 바로 에너지 문제. 유가를 하루 아침에 급등시킬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당장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은 없는 상태다. 과연 언제쯤 석유 걱정을 사라지게 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탄생할 것인가.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정부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Space based Solar Power)'에 대한 논의가 재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우주 공간에서 태양빛으로 전기를 만들어 지구로 보낸다는 것.



■미 국방부서 논의 재개

우주 태양광 발전 개념은 1960년대 말 처음 제안됐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이를 오랫동안 검토했으나 결국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기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우주청(National Security Space Office)'이 "우주 태양광 발전에 기술적 문제는 없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다시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됐다.

국가안보우주청은 보고서에서 우주 태양광 발전이 우주에서 지구로 보내지는 최초의 '상품'이자 모든 지구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라며,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 강국들의 예상되는 마찰을 줄일 수도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우주 태양광 발전을 위해 필요한 기술적 기반은 이미 갖춰졌으며, 필요한 것은 미 정부가 우주 태양광 발전을 입증할 위성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우주공간에 수㎞ 길이의 태양전지판을 단 위성을 지구상공 3만6000㎞의 정지궤도에 띄운다. 즉 위성이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아 늘 같은 위치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성은 태양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며, 여기서 발생한 전기를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다.

우주에서 지구로 전선을 설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기에너지는 파장이 매우 짧은 마이크로파(microwave)나 빛의 일종인 레이저로 바꾼다. 마이크로파는 전자레인지에서 음식을 데우는 데 이용되는 전자기파로, 파장이 매우 짧아 레이저처럼 직진하는 성질이 있다. 지구에 있는 일종의 안테나는 마이크로파나 레이저를 받아 이번엔 다시 전기로 전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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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 태양광 발전 상상도. 벌집처럼 생긴 위성 태양전지판이 태양광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며, 이후 전기는 마이크로파로 변환돼 지구로 전송된다. 지구에선 다시 마이크로파를 전기로 바꿔 사용하게 된다. /NASA 제공

■우주선 발사 비용이 관건

지상에서도 최근 태양광 발전이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태양전지 효율(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비율)이 높아지고 전력 전송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지상에서는 태양 전지판이 한반도 10배 이상 되는 면적에 깔려야 2050년 지구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우주에선 태양빛이 지구보다 훨씬 강하다. 지구의 대기처럼 태양빛을 가로막는 공기층이 없기 때문이다. 또 밤낮의 구분도 없고 구름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는 한반도 면적의 1.5배 정도 되는 태양전지판으로 2050년 지구 전체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과거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에 우주 태양광 발전이 사장됐었다. 1970년대 기술로는 시간당 1㎾(킬로와트)의 전력을 지구로 보낼 장치를 만드는 데 3000억 달러(약 280조원)~1조 달러(936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계산됐다. 당시 계산에는 태양전지판을 단 위성 개발 경비, 위성 발사 경비와 우주에서 수백 명의 우주인들이 태양전지판을 조립하는 비용 등이 들어갔다.

그러나 국가안보우주청은 그동안의 기술 발달로 과거에 비해 경비가 매우 줄었다고 판단했다. 일단 태양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이 10년 전에는 15%에 불과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2020년에 가서도 효율이 25%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보잉의 자회사인 스펙트로랩(Spectrolab)사는 40.5%의 효율을 가진 태양전지판을 선보였다.

조립도 이제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에게 맡겨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미 정부가 100억 달러(9조 3640억원)를 투자하면 10㎿(1㎿는 100만와트)의 전력을 지구로 보낼 시험 위성을 건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방부 산하 기관에서 나온 보고서답게 군사적 응용 가능성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라크와 같은 위험지역에서는 전력 생산용 연료를 트럭으로 운반하는데, 그 비용이 1㎾당 1달러꼴로, 미국 내 가격의 10배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를 우주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하면 우주에서 이라크 군사기지로 바로 전기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지만 발사 경비는 여전히 문제다. 지상의 화력발전소 1기와 같은 능력을 가진 우주 태양광 발전 설비는 무게가 3000?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의 10배나 된다. 지금의 우주로켓으로는 100대 이상을 쏘아 올려야 이 무게를 우주로 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주로켓 발사횟수는 연간 15회 이하다. 한 주나 한 달에 수십, 수백 기를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로켓의 개발이 시급한 것이다.



■미국보다 더 적극적인 일본우주탐사국(JAXA)

우주 태양광 발전은 1968년 피터 글레이저(Glaser) 박사가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후 NASA와 미 에너지성이 이 제안을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NASA는 기술적, 경제적 이유로 우주 태양광 발전 연구를 한동안 중단했다. 그러나 일본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1990년대 말 다시 연구가 재개됐다. NASA는 1998년 원자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100억와트(10기가와트)급 우주 태양광 발전소를 205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1990년대에는 지구 정지궤도 대신 달 표면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자는 제안이 있었다. 위성과 달리 달에는 태양전지판을 훨씬 넓은 면적에 설치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한 전기는 마이크로파로 바꿔 우주공간의 반사경 위성에 보내고 여기서 다시 지구 안테나로 반사한다는 계획이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일본이 더 적극적이다. 우주 태양광 발전의 핵심기술은 전기를 마이크로파로 바꿔 무선으로 보내는 것이다. 일본은 우주 로켓을 이용해 마이크로파가 지구로 올 때 지구 상공의 전기를 띤 공기 층을 지나도 손실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1992년에는 모형 비행기에 마이크로파로 전기를 쏘아 10~15m 높이를 30초간 비행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우주탐사국(JAXA)이 추진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 위성은 레이저를 이용한다. 적도 상공에 띄운 위성에서 태양빛을 받아 이를 강력한 레이저로 변환시킨 후, 지름 100~200m 반사경으로 레이저를 지상의 발전소로 보내 전기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일본 언론들은 JAXA와 오사카대 레이저 공학 연구소가 우주 발전소의 실현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보도했다. 태양빛을 레이저로 변환시키는 장치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는 것.

JAXA가 추진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소는 태양 전지판의 크롬 성분으로 태양빛을 흡수하고, 네오디뮴은 태양빛을 레이저로 변환시키는 개념이다. 일본 과학자들은 태양빛에서 레이저 에너지로 변화하는 효율을 42%까지 높였다고 밝혔다. 앞서 개발된 기술은 에너지 효율이 10% 가량에 불과했는데, 효율성이 4배 높아진 것이다. JAXA는 2030년쯤 레이저를 이용한 우주 태양광 발전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팔라우 시험발전시설 유치 추진

그런데 최근 일본보다 더 적극적인 국가가 등장했다. 지난해 말 AP통신은 미국 웰섬 우주 발전(Welsom Space Power)사가 9월 인도에서 열린 58회 국제우주공학회의에서 제안한 우주 태양광 발전 계획에 대해 인구 2만의 남태평양 국가 팔라우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웰섬사의 계획은 지구 상공 480㎞에 떠 있는 위성이 태양열 발전을 통해 일으킨 1㎿ 전력을 지상의 지름 79m짜리 안테나로 받아내는 것이다. 이 정도면 1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주 태양광 발전이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테스트의 목적이어서 안테나는 무인도에 세워질 예정이다. 여기에 팔라우의 토미 레멩게사우(Remengesau) 대통령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UN 기후회의에서 레멩게사우 대통령은 웰섬사 관계자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AP가 보도했다.

미국의 사업가들은 미국·스위스·독일의 컨소시엄이 2년 내 초경량 태양전지판을 제작하기 시작하고, 발사체·위성·송전 기술을 개발해 최종적으로 2012년 테스트가 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비용은 총 8억 달러(약 7500억원) 수준.

그런데 우주에서 지상으로 보낼 마이크로파는 위험하지는 않을까? 일본 정부의 우주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 패트릭 콜린스(Collins) 박사는 "주변에 공항이나 거주 지역이 없어야 하겠으나, 송전 마이크로파는 대역폭이 제한돼 있어 전자레인지 밖으로 방출되는 에너지보다 더 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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