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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이소연씨 'SBS 인터뷰' 전문

by 나비현상 2008.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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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씨 'SBS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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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건강 상태는,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

▲어지럼증은 거의 가셨어요. 그런데도 앉았다 일어서면 어지럽고, 고개를 빨리 돌리거나 누워 있어도 어지럽구요. 그래도 그건 좀 참을 만 한데, 진통제 이틀 정도 먹다가 지금 우주멀미 거의 가셔서 등쪽 어디가 아픈지 알아 보려고 끊었더니 목에서부터 허리까지 많이 불편해요. 어제는 두세 군데더니 오늘은 또 빠짐없이 다 아파서 아침에 엑스레이 찍었어요. 뼈에는 문제 없고 근육이 좀 문제인 것 같은데요. 고개를 돌리거나 만지거나 힘이 가해지거나 하면 땡기고 아프고... 교통사고 때와 비슷하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사고 당해본 적이 없어서...

-귀환 우주선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

▲일단 컴퓨터가 계산을 해줘요. 딱 떨어져서 대기권 진입하기 전에 너희가 몇 G(중력가속도)를 받을거고, 속도는 어느 정도 될거고, 대략 귀환 지점은 어디 정도라고 보여줘요. 그 때만 해도 4G에 귀환지점도 예정지점이라고 컴퓨터가 알려줬어요. 사실 저희는 그런 교육을 받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귀동냥으로 알고 있었고, 페기 윗슨도 저에게 "4G다. 그러나 무중력에서 내려오기 때문에 훈련 때보다 크니까 마음의 준비하고 자세 바르게 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G-포스가 들어오는 데 크기가 장난 아니었어요. 시야가 흐려지고 초점이 안잡혔어요. 수정체에도 압박이 오니까. 그런데 제가 중요한 램프 위치를 외워뒀어요. 과거 투어리스트들이 잘 몰라 당황했다는 이야기 있어서 같은 취급 안받으려 공부를 했었거든요. 그런데 보니까 램프에 빨갛게 불이 들어온 거예요. 저희 셋 다 그때 안 거예요. '아, 이제 우리는 제대로 못가는구나'(라는 사실을) 알았죠. 유리 말렌첸코가 '배에 힘줘. 호흡하고, 말하지 말고'라고 영어로 얘길 했다는 데 우린 못들었어요. G가 워낙 커 말을 해도 웅얼웅얼 들리니까...그 때부터 '우리는 어디로 갈지 모르는구나' 생각했죠.

-착륙 당시와 구조대 도착 전까지 당시 상황은
▲정상 랜딩을 하면 역추진 로켓이 작동하고 착륙 충격이 그렇게 크지 않은데, 저희는 워낙 내려오는 속도가 크다보니 엔진이 켜져 있어도 충격이 컸죠. 제가 웬만한 충격이 있어도 '욱' 하고 참는 편인데 그 때는 정말 너무 아파서 '으악' 소리가 절로 났어요. '사람이 이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 뒤쪽으로 엄청난 게 부딪히는 느낌이었고, 30초 정도는 손 발을 전혀 움직이지 못했어요. 그리고 무중력에 있다 내려오니까 조그만 물건도 엄청 무겁게 느껴지거든요. 그런데 충격으로 페기가 들고 있던 책(메뉴얼)을 놓쳐 제게 떨어지고, 제가 들고 있던 책에다 두 권을 들고 G-포스를 견디고, 그 다음에 떨어져 등을 맞은 다음에 말렌첸코의 가방이 모두 제 얼굴과 가슴으로 떨어졌어요. 하여간 줄에 매달린 것 외에 모든 게 제게 떨어졌어요. 제가 가장 아래 있었으니까. 일단 그걸 치워야 나가는 데... 말렌첸코는 우선 해치 열고 먼저 나갔어요. 화재 우려와 환기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전 위에 떨어진 걸 치울 수 없겠는 거예요. 너무 무겁고 몸이 아파서 나갈 수 없겠는 거예요. 하나씩 하나씩 (물건들을) 치우고 있으니 말렌첸코가 "나올 수 있겠냐" 물었어요. 그래서 일단 끈은 풀었는데, 해치가 너무 좁아서 특히 우주복 입고 나오는 게 힘들어요. 가운데 선장 자리로 옮겨서 나오는 게 좀 쉬운데 몸을 움직이기 너무 힘들어서 그냥 나왔어요. 제 우주복으로 해치 입구 그을음을 모두 치워내면서 나왔죠.

유리가 나올 때 유목민들은 놀랐죠. 불덩이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그 안에서 하얀 물체가 나오니까... 그 사람들이 접근했다 다시 물러나더라구요. 그 중에 한두 명이 러시아어를 더듬더듬 해서 말렌첸코가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랬더니 그 중 한 명이 저를 당겨줬어요. 말렌첸코는 힘이 빠져 있으니까 옆에서 얘기만 해주고... '소연이 너 어떻게 해라, 다리는 어떻게 하고 팔은 어떻게 해라'라고 알려주고... 그런데 페기는 선내에 달랑 매달려 있었어요. 컨디션도 셋 가운데 가장 안 좋고, 매달려 있으니 유목민 몇 명이 안에 들어가 벨트를 풀어 밀어주고 또 밖에서 끌어주고 이렇게 다 나왔죠. 그런데도 우리가 정체불명이니까 도와주고는 다시 물러나더라구요. 그런데 셋 다 땅에 그냥 누워 있으니 죽었나 살았나 건드려 보기도 하고...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보고 있으니 더 멀리서 구경하던 유목민들이 모여들었어요. 그래서 50명 정도가 에워싸였는데...우리는 좀 기다리면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더라구요. 아무래도 우리를 잃어버렸다. 그 때 햇빛 때문에 눈이 부시니까 유목민들이 우리를 끌어다 그늘 쪽으로 옮겨줬어요. 워래 소유즈 안에 위성전화가 있어서 전 세계 어디에 떨어져도 연락이 되거든요. 원래 문 가까이 놓아둬야 하는데 우리는 정상랜딩 할 줄 알고 좀 더 안쪽에 뒀어요. 첨에 유리가 들어갔다가 못 찾았아요. 힘이 없어서 잘 못 하잖아요. 체구 작은 유목민에게 부탁해서 이렇게 생긴 것 찾아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렇게 찾아서 배터리 끼고 준비하고 있는데 멀리서 까만 점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구요.

-귀환 당시 인상적인 모습들은

▲운이 좋았던 것이, 모듈 분리할 때 원래 잘 보기 힘들어요. 한 번에 떨어지면 못 보는데 부분부분 떨어져서 날아가는 장면이 잘 보이는 거예요. 궤도가 잘 맞아야 볼 수 있는데 거의 못 본다, 부분부분 떨어져도 방향이 달라서 보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운이 좋아서 날아가는 것을 창 밖으로 봤어요. 그리고 대기권 진입할 때 불덩이가 돼서 들어오잖아요. 그 화염이 창 밖으로 보이더라고요. 진짜 쇳덩이도 태울 것 같은 가운데가 하얀 불 정말 뜨거울 것 같은 불, 그 게 바로 제 눈앞에 30cm 밖에 있어요. 유리창이 바로 제 곁에 있었으니까... 그런데 저는 덥지도 않은 거예요. 그래서 같은 공학도로서 '정말 잘 만들었구나(생각했다)'. 그 불꽃이 너무 뜨거워서 유리창이 타는 것도 없이 까맣게 그을려요. 그리고 불꽃이 끝나면 다시 깨끗해져요. 진짜 신기해요. 처음에는 무서워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우리를 삼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수색구조대가 도착한 뒤 첫 조치는
▲맥박 재고 혈압 재고 의식 있는지 눈동자 검사하고, 그리고 또 통신을 하더라구요. '어떻게 해야 되냐', '옷을 벗겨야 하냐' 이런 것들이었어요. 맥박, 혈압은 정상인에 비하면 비정상인 데, 막 떨어진 우주인치고는 정상이었어요. 일단 중력이 생기면서 피가 다리쪽으로 내려가니까 아무리 이런 걸(응급조치) 해도 떨어져요. 맥박은 훨씬 높아졌어요. 저는 원래 맥박이 많이 낮아요. 40~50정도... 그래서 처음 가가린 왔을 때 의사들이 의아해 할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그 때는 70이 넘었어요. 훨씬 빨리 뛴 거죠. 혈액량이 부족하니까...

-귀환하면서 지구의 모습을 보았는가
▲내려오면서 지구를 볼 수는 없어요.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돌려 유리창 밖을 내려다봐야 하는데, G압박을 줄이기 위해 벨트를 워낙 꽉 묶기 때문에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힘들어요. 그래서 볼 수 없었고, 볼 생각을 안했어요.

-왜 예정지를 벗어나게 됐나
▲정상 랜딩(착륙)이 왜 안 됐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째든 저희가 조작이 끝났을 땐 정상 상태였고, G포스가 생기면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어요. 지난 6개월 전과 같은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상황이 더 안좋았던 건 선내에 가스가 차서 파워를 꺼버리는 바람에 MCC(모스크바 임무통제센터)에서 추적이 안됐다는 거죠. 또 제가 하필 밑바닥에서 불안한 자세에서 땅에 받아버리면서 충격이 컸던 거죠.

일단 비상램프에 불이 들어오면 개념 자체가 컨트롤이 안된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저희가 할 것이 없는 거예요. 원래는 정상으로 내려오면 핸들이 있어요. 방향타가 있어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갈 수 있게 돼 있어요. [그런데 일단 비상 불이 들어오면 그 땐 총알이나 같으니까 방향이고 속도가 제어가 안되죠. 그래서 저도 무서웠어요. '언제 부딪힐까', '어디로 부딪힐까'...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낙하산이 펴지면 심리적으로 '이제 끝났구나', '내리는구나' 하며 안정된대요. 그런데 소유즈는 의자 맡 막대기가 확 뜨면서 의자가 떠요. 그것도 참 잘 만들었어요. 진짜 무서워요. 그런데 코 바로 앞에서 딱 멈춰요. 그래도 긴장을 풀다가 진짜 부딪히는 경우도 있대요. 페기도 유리도 그 사실을 주지시켰어요. 낙하산 펴져도 안심하지 말고 그 시간이 좀 기니까 긴장 풀지 말고 기다려라. 그래서 그 상황도 넘겼는데... 아무리 비상상황이라도 그렇게 세게 부딪힐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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