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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생활정보 및

힘들다는 30대 남편들이 모였다(이광기,김덕일,...

by 나비현상 2008.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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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이광기 탤런트, 39세, 결혼 10년차, 자녀 둘(딸 아들)
김덕일 가족관계연구소장, 38세, 결혼 13년차, 자녀 셋(딸 딸 아들)
조한성 회사원, 36세, 결혼 10년차, 자녀 둘(딸 딸)
최국태 여성지 기자, 36세,결혼 7년차, 자녀 둘(딸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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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이여, 이것만 알아다오
우리도 치열하게 산다


 

할 말 많은 남자 넷이 모였다. 가족관계연구소장과 탤런트, 평범한 샐러리맨에 여성지 기자까지 다양한 표본이다. 하는 일은 모두 다르지만, 하는 말은 비슷하다. 아무리 치열하게 살아도, 살기 힘든 게 요즘 세상이라는 것. 정말 많이 힘들다는 것이다.


 

가계 수입은 늘지 않는데 무심한 물가는 하늘 높이 치솟고, 전 재산을 투자한 주식은 떨어진다. 회사 업무는 늘어만 가고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는데, 집에 가면 아이들은 놀아달라고 아우성이다. 부모님 병원비로 한달 용돈을 다 쓰고 나면, 친구와 소주 한잔 기울일 돈도 없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무능한 직원이라는 말이라도 들으면, 퇴근하다 말고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한참 동안 혼자 울기도 한다. 이게 대한민국 30대 후반 남자들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이들에게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재테크는 잘 하고 있는가?


 

최국태(이하 최) 30대 후반 남자들의 최대 화두는 아무래도 재테크다.


 

김덕일(이하 김) 난 3년 전 독립했다. 수입은 직장 다닐 때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자영업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 불안 불안하다. 지난해 아내가 큰 수술을 했고, 내가 과로로 쓰러졌었다. 두 달 동안 수입은 하나도 없이 직원들 월급과 회사 임대료가 나가는데 정말 피가 마르더라.


 

조한성(이하 조) 회사원들은 어느 날 갑자기 회사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최소한 그런 걱정은 없지 않은가.


 

이광기(이하 이) 아니다. 자영업자도 마찬가지다. 한시만 방심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


 

결혼한 지 13년이 됐지만, 공부를 오래 하는 바람에 재테크가 전혀 안 됐다.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다. 내가 버는 것으로는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이 아이 키우면서 일했다.


 

요즘은 세대 구분 없이 재테크 재테크한다. 재테크는 일찍 시작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인생은 마라톤 같다.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 20대 초반부터 잘나가는 친구가 있었다. 당시에는 정말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다. 돈도 나이에 맞게 버는 게 좋은 것 같다.


 

주변에 누가 부동산으로 몇 억을 벌었다더라 이런 소리를 들으면 조바심 나지 않는가?


 

조바심 난다. 도 닦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2000년 목동 고층주상복합아파트 분양가가 2억2천만원이었다. 그걸 분양 받을까 유학 갈까 고민하다 유학을 갔다. 그 아파트가 지금은 10억이 넘어간다. 좀 억울하다.


 

낼모레가 40인데 긴장된다. 오랫동안 일산에 살았는데도 부동산으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나머지 기운내고 버텨라. 우리나라 부동산은 언젠가는 오른다.


 

아내의 최대 불만은 '술'


 

아내의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인가? 내 경우는 많지 않은 연봉이다.


 

 대한민국 주부들은 특별히 돈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돈 더 벌어오라고 남편을 많이 쫀다. 그래서 무리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남편들은 부모 말은 안 들어도 피 한 방울 안 섞인 아내 말은 잘 듣는다.


 

듣는 척이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편하다.


 

그렇다. 아내가 하는 말 중에 가장 안 맞는 말이 뭐냐면, ‘집에 일찍 들어오라, 주말엔 가족과 보내라. 그리고 돈도 많이 벌어오라’다.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돈을 많이 벌어오라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대한민국 비즈니스는 주로 저녁에 벌어지는데.



30대 후반 남편들이 저녁에 사람을 만나는 것은 대부분 인맥을 쌓고 비즈니스를 하는 건데, 여자들은 노는 거라고 생각한다.


 

비즈니스로 만나는 1차는 괜찮지만, 친구 불러내 한잔 더 하는 2차가 문제다. 그것 때문에 아내들은 술 취한 남편만 기억한다. 조절을 잘해야 바가지를 덜 긁힌다.


 

2차를 가지 않아도 바가지 긁히는 건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 어디나 그렇다. 고등학생들도 아니고, 강의 시간에만 대화를 나눌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아내가 볼 때는 그것도 노는 것이다. “일하고 강사비 받는 것만 해야지 왜 뒤풀이에 참석하느냐?”고 따진다. 아내 눈치 보다가 결국 중간에 나와 집으로 들어간다.


 

2차까지 하고 집에 들어가면, 우리 집사람은 “왜? 아주 자고 들어오지!”라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집에 빨리 들어가서 풀어줘야 한다. 늦게 들어오라 했다고 정말 늦게 들어가면 굉장히 힘들어진다.


 

나는 눈치가 빠르다. 전화 목소리를 통해 집사람 분위기를 살피고 심상치 않다 싶으면 빨리 접는다.


 

술 마시다 보면 그게 조절이 되는가?


 

나는 된다. 반면, 핑계도 잘 대는 편이다. 어쩔 수 없는 술자리라는 걸 인식시킨다. 사실 가정을 평온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얀 거짓말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내가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신혼시절부터 아내를 잘 설득해낸 부분이다. “남자들 만나는 것은 비즈니스고, 네가 볼 때는 노는 것 같지만 얻는 게 분명히 있다”고 설득했다. 결혼 10년차가 되고 보니 밖에서 술 마시는 것으로 바가지 긁히지는 않는다.


 

나머지 정말 부럽다!!!


 

남편에게 권위가 있는가?


 

느 부부나 트러블이 생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애정과 배려가 있느냐 없느냐’ 인 것 같다. 애정과 배려가 없으면 그야말로 싸움으로 발전한다.


 

부부싸움을 하다 보면 자존심이 더 많이 상하는 쪽은 남편이다. ‘애초에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구나’ 이런 걸 깨닫게 된다.


 

기본적으로 남편의 권위가 많이 실추됐다. 그래서인가? 얼마 전부터 월급봉투를 다시 부활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버지 월급날이면 온 식구가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다가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면 환호성을 질렀다. 저녁반찬으로 돼지고기가 올라오고 잔치가 시작됐다. 아버지 권위가 대단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남편은 남편으로서의 권위가, 아내는 아내로서의 권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다 붕괴된 것 같다. 가족 구성원을 두고 귀한 순서를 정한다는 게 어불성설이지만, 지금은 자녀가 최우선이다. 정말 돈이 없어서 못 해주는 것 말고는 아이들이 해달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거의 다 해준다. 우리가 언제 그런 대접을 받아봤는가?


 

아이들이 받기만 하다 보니 자기중심적이고 반항적으로 되는 것 같다.


그런 게 싫어서 집안에서만큼은 엄하게 키우려 하는데, 밖에서 배우는 게 많으니까 사실 통제가 잘 안 된다. 결국 최소한의 통제만 하게 된다. 솔직히 요즘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최선의 방법은, 아이들에게 충분히 변명하고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되 최종 결정은 부모가 내리는 것이다. 그게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려주고, 민주적인 틀을 유지하면서, 불만도 없고 부모의 권위도 사는 길이다. 전체를 컨트롤할 수는 없다.


 

가끔 집사람이 아이들 앞에서 내 잘못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심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분이 나쁘다. 아이들이 그걸 보고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권위’라는 단어부터 낯설다. 실생활에서 그 단어 써본 지도 오래된 것 같지 않은가? 권위보다는 아빠와 엄마 각각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 30대 후반 부부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이런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서로 퇴근시간 조절해가며 아이를 키우니 공동 육아를 하게 되고, 집안일도 철저하게 분업화돼 있다. 부부가 정시 출퇴근하는 직업이 아니라면 부부끼리 얼굴 보는 시간도 없다. 이러다 가족이 붕괴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든다.


 

결혼을 앞두고 방송생활을 접고 2년 6개월간 실내 포장마차를 한 적이 있다. 결혼하려면 정기적인 소득이 필요했다. 하지만 포장마차를 하다 보니, 나는 밤에 활동하고 아내는 낮에 일하니까 신혼인데도 아내 얼굴을 거의 못 봤다. 결혼하기는 한 건가 그런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도 신혼 시절에 그랬다. 오죽했으면 한달에 하루 ‘가족 회동의 날’을 만들었을까? ‘부부 데이트 날’도 만들었다. 현대인들은 사는 게 전쟁이다. 가족 붕괴를 막으려면 인위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아내의 우울증 극복기


 

지금은 이혼 위기 상담 전문가지만, 우리도 결혼하고 8년 동안 피 터지게 싸웠고 네 번 이혼할 뻔했다.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이들 돌보고…. 정말 없이 지내던 아내에게 심각한 우울증이 생겼다.


 

산후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반면에 남편들은 한동안 편안하다. 우리는 장모님이 산후조리를 전적으로 도와주었다. 6개월여 기간이 지나고 장모님이 처가로 내려갔는데, 아내에게 금세 우울증 증세가 왔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내가 “내가 왜 사는 줄 모르겠어”라고 말하는데 정말 무섭더라.


 

나도 그렇다. 사전에 예고가 있으면 덜할 텐데 아무 대책도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잠깐 나랑 이야기하지” 이렇게 나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편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 “잠깐 나랑 이야기하지” 아닐까?


 

대화를 많이 한다고 자부하는 남편들도 아내의 급작스런 대화 제안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하며 뜨끔하는 것은, 그동안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 중에 정작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집안 문제나 자식 문제, 재테크 이야기만 나누지 않았던가.


 

인정한다. 본능적으로 아내에 대한 이야기는 피했던 것 같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갔을 때 아내가 하는 이야기의 시작은 대체로 “오늘은 아이가 어떻게 해서 힘들었어”다.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정말 힘들었겠다. 내가 옆에 있었으면 도와주었을 텐데 정말 마음이 짠하다”라고 말해주면 꿀꿀했던 아내의 기분도 쫙 풀린다. 하지만 남편들 대부분은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 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내가 출산 이후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닌 적이 있다. 사실 나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 내가 최고의 남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우울증이라니…. 납득이 안 돼서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산후우울증을 이해한다. 아내의 우울증에 대해선 남편도 공부가 필요한 것 같다.


 

아내들은 아이를 낳으면 다 우울증이 온다. 아내들이 일생을 통해 남편에게 제일 서운하다고 느낄 때는 임신했을 때와 갓난아이를 키울 때라고 하지 않는가.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 남편이 잘해주면 평생 대접받고 살 수 있다. 나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잘하진 못했다.



자녀교육 어떻게 해야 하나?


상 아내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건 딱 하나다. 남편이 돈 버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 맞벌이하는 아내들까지 메인은 남편이고 자신들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아내들 대부분은 당연한 거니까 남편이 돈 버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당신은 이것밖에 못 버느냐?”라고 말한다. 남편이라고 당연히 돈 버는 게 어디 있는가? 그런 식이라면 아내도 아이 낳고 키우는 게 당연한 것이니 힘들다고 말해서도 안 된다.


세상에 둘도 없는 완벽남들은 왜 꼭 우리 옆집에 사는지 모르겠다.
이 내가 그 비밀을 알아냈는데 이게 한 사람 이야기가 아니더라. 여러 사람 이야기를 취합해서 옆집 남자를 만들어내는 거다.


직접적인 비교 때문에 느끼는 부담도 있지만 간접적인 비교가 주는 충격이 적잖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도 영어유치원에 보내야 하는데” “우리도 어디에 아파트를 사야 하는데” 같은 푸념 말이다.


영어유치원을 보낼 형편이 되는데 교육철학상 보내지 않을 때는 스트레스가 없다. 하지만 도저히 보낼 형편이 안 되는데 아내가 그런 소리를 하면 스트레스가 굉장하다. 남편은 “영어유치원 다 쓸데없다”라고 소리 지르고, 아내들은 “내가 언제 보내자고 그랬냐?”라며 서운해한다.


자녀교육 문제는 당사자가 직접 느끼지 않으면 잘 모른다. 우리도 이런저런 이유로 영어유치원에 보내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초등학교 보내고 영어유치원 다닌 아이들과 함께 있는 걸 보니, 수준차가 확 나더라. 이런 걸 보면 부모들 눈에 불이 들어온다. 다른 아이들은 수업을 열심히 따라가는데, 우리 아이만 멍하니 앉아 있는 걸 직접 봐보라. 부모 입장에서 이것만큼 가슴 아픈 것도 없다. 빚을 내서라도 바로 영어학원에 등록하게 된다.


최근 들어 가장 기뻤던 게 첫째가 병설유치원 입학 추첨에 당첨된 일이다. 병설유치원은 수업의 질도 좋고, 수업료도 일반 유치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그런데 한편으로 씁쓸한 것은 가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아내가 보상심리로 이것저것 사교육을 늘려 결국 고스란히 높은 교육비를 지출하게 됐다. 엄마들의 교육열은 정말 끝이 없다.


자녀 교육비 늘리자는 아내의 요구를 거부하면 “이 인간이 아이는 하나도 돌보지 않고 밖으로 나돌더니 이제 교육도 안 시키려고 한다”며 완전히 원수가 된다.


아내들의 교육열을 보다 보면, 미혼 시절 자신의 미용에 들였던 노력과 돈을 자녀교육에 쏟는 것 같다.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 먹으면서 자녀들을 가르친다.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성실성이다. 거기에 창의성까지 있으면 엘리트가 된다. 창의성은 없어도 성실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실성을 길러주지 않고 영어와 수학만 가르친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걸 키워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해야 할 게 너무 많다. 아이들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이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교육에 대한 남편과 아내의 견해에는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내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서 뒷바라지를 잘해주는 식으로 교육이 되면 남편도 잘 따라갈 텐데, 남편들이 볼 때는 우리 아이에게 필요 없는 것까지 따라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아이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교육이라고 아내를 설득시키는 게 훨씬 더 힘들다. 차라리 “우리 형편이 안 되니까 다음에 생각하자”고 말하는 게 현명하다.


외도와 성


언제부턴가 아내에게서 아이들이 우선순위에 오르고, 남편이 후순위로 밀렸다.


원래 그런 것 아닌가?


더 슬픈 것은 이런 현실을 슬퍼하는 남편도 없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서, 남자들이 아이들에게 딱딱하게 대하고 아내에게 툴툴거리는 원인이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사실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지 않은 남편들이 어디 있나? 내가 결혼한 이유가 뭔데. 사랑하고 싶어서 결혼한 거 아닌가. 그런데 남편들은 완전히 마당쇠인 것 같다. 일하고 돈 벌어다 주고 찬밥 먹고. 한마디로 노예 같은 삶이다.


그럼 나는 돈 못 버는 마당쇠인가?


아내로부터 사랑을 못 받아서 많은 남자들이 바람을 피운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성욕이 아니다. 특히 중년 이후에 바람피우는 남편들이 그렇다. 내 주변에는 1년 내내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서 바람피우는 남자도 있다.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서 바람피우는 것을 외도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육체적인 관계를 갖는 것보다 마음을 주는 게 더 크다.


다른 여자가 있는 걸 아내에게 걸렸을 때 남편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안 잤다”지만, 아내는 잠을 자든 안 자든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마음 상하는 거다.


남자들은 단순해서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면 금세 들킨다고 하더라.


섹스 횟수는 얼마나 되나?


우리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양호한 편이라고 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부부간에 좋은 섹스를 하려면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침실 분위기를 바꾸든가, 장소를 바꾸든가 아니면 체위를 연구하든가. 나름대로 테마도 필요하다. 하루는 이몽룡, 하루는 헐크, 하루는 마당쇠.
김 맞는 말이다. 수년째 섹스를 하고 있는데 매번 같은 스타일로 한다면 솔직히 누가 하고 싶겠는가.


신혼 시절과 비교하면 섹스에 대한 열망은 줄어든 것 같지 않은데 몸이 따르지 않는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지니 자연히 섹스 횟수도 줄더라.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꾸준한 운동이 필수다.


좋은 섹스를 위해서는 잠자리에서 대화도 중요한 것 같다.


맞다. 사실 분위기는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서로 만드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가?


 그것도 맞다. 조금씩 변화를 주어야 어색하지 않다.


퇴근 후 집에 일찍 들어가는 편인가?


주말에는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지만, 남자들이 평일에는 집에 일찍 들어가는 걸 싫어한다.


결혼생활 13년 중에 처음 11년은 회사에 있는 게 편했다. 집이 편해진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내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사랑받고 싶다. 모든 것에서 내가 우선순위가 될 순 없겠지만 최소한 몇 가지는 나를 먼저 생각해달라” 이게 지켜지기 시작한 이후 집이 편해졌고 일찍 들어가게 됐다.


우리 집사람은 가끔 “내가 당신에게 관심 가져줄 때 잘해.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아이들에게도 “너희들도 중요하지만 아빠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나는 친구들과 술 마실 때 아내로부터 전화가 자주 오는 편이다. 예전에는 귀찮고 짜증났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전화해주는 게 고맙다. 나를 안 놓아주는 것에 대해서. 나도 완연한 중년이 된 걸까?


서로 대화가 잘되고 애틋한 마음이 쌓이면아플 것도 없다. 그런데 관계가 약간 서먹할 때는 싸우게 될까봐 서운한 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애정을 바탕으로 하는 대화를 통해 앙금을 없애야 한다.


다른 건 따지지도 않고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했는데, 이상하게도 연애시절 감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연애하던 장면들도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이상하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그런 거다. 사람들은 선택적으로 기억하지 않는가. 바쁘고 일이 많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릿속 어딘가에 있고, 어느 순간에 확 기억날 것이다.


이혼 직전 부부에게 결혼생활 15년 동안 행복한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단 한순간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6개월 치료를 받은 이후에 똑같은 질문을 하면, 뭐도 있고 뭐도 있고 계속 이야기한다. 사람의 기억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여자들은 생각이 깊고 남자들은 짧다. 생각 깊은 여자들이 너그럽게 남자들에게 먼저 기분 좋은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갔을 때 “우리 남편 고생 많았어. 사랑해” 이런 소리 들으면 남자들은 단순해서 금세 “우리 마누라밖에 없다”고 한다.


맞다. 남자는 단순 무식하다. 자기를 인정해주는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 밖에서 아무리 실패하고 집에 들어와도 아내에게만큼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고, 우리의 가정을 지킬 유일한 사람이다”라는 격려를 받아야 정말 힘이 난다. 그래야 아내를 사랑할 수 있고 자신도 사랑할 수 있다.


결혼생활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퇴근해서 집에 들어갔을 때 온 가족이 현관에 나와 맞아줬을 때다. 퇴근시간에 온 가족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도 감동적이다. 한달에 한 번만이라도 그렇게 해준다면 정말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다.


아내들은 남편들이 밖에서 편하게 지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무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그 노력이 나만을 위한 게 아니라 온 가족을 위하는 것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남편들은 정말 치열하게 살고 있다.


꼭 필요한 충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다.


나머지 여성지에서 우리 남편들에게도 말할 기회를 줘 오히려 고맙다.


/ 여성조선
  취재 최국태 기자 | 사진 안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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