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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베트남신부 절대 도망 안갑니다” 고발당한 현수막 ...

by 나비현상 2007.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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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부들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동남아 여성들을 상대로 한 한국의 국제결혼 행태가 국제적인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미국 국무부는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올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결혼 브로커들에 의해 ‘매매’되는 동남아 여성들의 실태를 고발하면서 베트남 국제결혼 광고 현수막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도로 변에 걸린 이러한 광고들은 동남아 저개발국 여성들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 농촌 풍경의 하나로 익숙해진 현수막 광고에 담긴 한국인들의 인종·인권적 경시의식을 국무부 보고서가 오롯이 보여준 셈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국제결혼은 지난 5년간 3배가 늘어 4만3121건에 달했다면서 이 중 72%가 한국 남자와 동남아·몽골 여성 간의 결합이었다고 소개했다. 국제결혼이 상품거래처럼 베트남·캄보디아·몽골 등지로의 단체관광과 쇼 형식의 신부후보 전시회, 인터넷을 통해 중개된다고 꼬집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외국인 신부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결혼 브로커들의 착취적인 행동을 통제하려는 노력은 거의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해외여행시 미성년자 성착취와 관련해 국민을 기소하는 법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 법에 따라 기소된 사례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성·인종차별 국제결혼 광고 반대 공동행동’이란 시민단체가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 매매혼을 부추기는 광고들의 인권침해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도록 당국의 조치는 형식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김유은경 국제연대팀장은 “단속기간을 피해 주말에만 광고를 하는 방식의 편법적 게시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인권센터 권미주 사무국장은 “남성들이 이주여성에게 ‘돈 주고 사왔으니 내 말을 따르라’고 강요하는 게 문제”라면서 “사기결혼으로 성매매업소 또는 강제노동에 시달린 외국인 신부들의 사례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전했다.

동남아 섹스관광도 집중조명됐다. 보고서는 한국 남성들은 동남아와 태평양 군도의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섹스관광 시장의 주요 수요자들이라면서 이를 위해 중국·필리핀·캄보디아·태국 등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각국 비정부기구(NGO)들의 지적을 소개했다.

성과 결혼을 상품으로 접근하는 한국인의 사고방식이 갖는 이중성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보고서는 한국 여성들이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홍콩, 괌,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서유럽 등 선진국에서 상업적 성착취의 대상으로 매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개발국 여성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한국인들이 선진국에서는 역으로 인권을 무시당하는 현실을 고발한 것이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박영흠기자〉-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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