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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한국금융시장이 오히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by 나비현상 2007.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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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질렸다… 8·16 증시 대폭락



서브프라임 쇼크 확산… 코스피 최대 낙폭
외국인도 사상 최대 1조554억원 팔아치워
달러 13원·엔 25원 급등… 환율시장 요동

‘미국시장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시장은 독감에 걸린다’는 얘기가 있지만, 16일 주식시장은 독감 정도가 아니었다. 패닉을 넘어 혼수상태에 빠진 듯했다. 진원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모두 요동을 쳤지만, 사정권에서 가장 멀리 있는 한국금융시장이 오히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16일 오전9시. 광복절 휴일을 하루 쉰 주식시장이 개장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영향으로 이미 새벽에 마감된 뉴욕증시가 크게 추락한 터라, 서울시장도 예감은 좋지 않았다.

개장가는 종합주가지수(코스피)가 -63.50포인트, 코스닥지수는 -33.14포인트. 생각보다 심각했지만,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주가그래프는 1분이 멀다 아래로 내려갔다. 광복절 하루를 쉰 것이 약이 아니라, 이틀분 해외악재를 한꺼번에 쏟아낸 독약이 된 것이다.

오전 10시34분. 코스피지수 1,700선이 무너졌다. 10분 뒤 이 날 최저치인 1,681선까지 밀렸다. 무려 136포인트가 넘는 낙폭이었다.

오후 1시20분. 코스닥시장에서는 주가가 10%이상 폭락,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20분간 거래정지. 코스닥 역사상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두번째다. 이미 이날 오전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에선 또 하나의 경보장치인 ‘사이드카’도 발령된 터였다. 투자자들은 “마치 환란 시절로 되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시장이 재채기를 하면 한국시장은 독감에 걸린다’는 얘기가 있지만, 이날 주식시장은 독감 정도가 아니었다. 패닉을 넘어 혼수상태에 빠진 듯했다. 진원지인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모두 요동을 쳤지만, 사정권에서 가장 멀리 있는 한국금융시장이 오히려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코스피지수는 결국 125.91포인트(6.93%) 내린 1,691.98로 마감했다. 1,800대에서 곧바로 1,60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지수는 종전 일중 최대 낙폭 기록(2000년4월17일 93.17포인트)을 갈아치우며, 사상 처음으로 세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하루 동안 사상 최초로 1조원 이상(1조554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도 77.85포인트(10.15%) 하락한 689.07로 장을 마쳤다. 하락률로 역대 4위 기록으로 6년 만에 최대다. 여기저기서 툭툭 불거져나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글로벌 증시를 전전하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데, 한국시장이 그 종착점에 놓인 모습이다.

혼란스러우면 안전함을 찾는 법. 안전 자산인 달러화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원화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80원이나 급등한 946.80원을 기록했다. 특히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저리의 엔화 자산을 빌려 각국 고수익 자산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속도가 빨라지면서 100엔당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3.31원이나 올라 814.44원까지 치솟았다.

한 시장관계자는 “환율상승은 실물경제에 반가운 일이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에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문제까지 겹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한국시장이 과연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시장 신용경색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15일(현지시각) 또다시 70억달러의 유동성을 추가 공급했다.

FRB의 자금공급규모는 최근 4차례에 걸쳐 총 710억달러에 달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모기지담보채권의 신용등급을 잘못 평가한 것이 부실 확산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신용평가업계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서킷 브레이커

주가가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10% 이상 하락해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모든 주식거래를 20분 간 중단하는 제도. 이후 10분 간 호가를 접수해서 매매를 재개한다. 하루에 1번만 발동할 수 있다. 전기 과열을 막아주는 부품 이름에서 유래됐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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