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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청룡 영화제

by 나비현상 2007.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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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이 언젠가부터 그들만의 축제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자의 농담따먹기식 진행, 시상자의 자기 영화 홍보…. '공로상' 하나 없는 청룡(영화상)에 '베스트 드레서상'은 웬말인가. 보고 있으니 눈살이 절로 찌뿌려진다. 다음해부터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제28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을 지켜본 영화계 원로 감독의 말이다.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아 영화상에 참석했지만 청룡영화상이 '영화인을 위한 축제'가 아닌 일부 스타를 위한 '그들만의 축제'로 변질된 모습에 쓴소리를 날린 것이다.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진행된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국내 영화제의 문제점을 다시한번 노출시키며 아쉽게 막을 내렸다. 국내 영화제의 대표적인 문제, 즉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줄어들었지만 이외의 부분에서는 영화제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했다.

시상식은 한 해를 빛낸 작품과, 작품을 빛낸 주역, 그리고 뒤에서 고생한 스테프의 노고를 치하하는 축제의 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영화상이 영화제의 진정한 의미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 청룡상도 마찬가지다. 영화산업 전반에 걸친 아우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2007년 영화계를 결산한 청룡영화상. 축제는 끝났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청룡영화상이 남긴 숙제를 스포츠서울닷컴에서 짚어봤다.



◆ '단편상·공로상' 없다 vs '인기상' 있다

영화 관계자 마다 한국영화가 위기라고 입버릇 처럼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위기의 원인은 '스크린 쿼터 축소'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다. 하지만 이는 메이저 영화인들의 배부른 불만이다. 한국 영화의 위기는 '기본'을 외면한 결과다.   

시상식장에서 만난 노(老) 감독은 영화산업이 어려울 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영화의 근본은 독립영화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무도 키우도 꽃도 피울 수 있다"며 "진정으로 영화발전을 생각한다면 영화제가 토양에 거름을 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아래로 '단편영화', '독립영화'를 무시하고, 위로는 '원로감독', '원로배우'를 외면한 영화상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상이 될 수 있겠냐"며 반문했다. 실제로 이번 청룡 영화상에는 '단편영화상', '공로상'이 없었다. 대신 의미없는 '베스트 드레서'상이 신설됐다. '인기상'은 4명에게나 주어졌다.

◆ '의상상' 없다 vs '베스트 드레서' 있다

"옷 잘입는 배우가 중요한가?" 영등포에 사는 임현욱(31·가명)씨는 청룡상이 신설한 '베스트 드레서'상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뜬금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레드카펫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잘 안다. 하지만 영화제가 미인대회 경연장으로 전락한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실제 베스트 드레서로 호명된 5명의 여배우들은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쑥쓰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배우도 있었다. '연기상'이 아닌 '드레서상'로 무대에 오른 전도연은 "마치 미스코리아 진선미를 뽑는 것 같다"는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청룡영화상에는 '의상상'이 없다. 영화의상을 만드는 스테프에 대한 노고는 없다.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 산업의 토양을 생각한다면 스테프 부터 먼저 챙겨야 하는 게 아니냐"며 "옷 잘입는 배우가 영화 발전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비난했다. 의미도 없는 상으로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이다.

◆ '스테프' 없다 vs '스타'는 있다

물론 스테프의 노고를 외면한 것은 아니다. 청룡영화사 2부 오프닝을 장식했던 개그 콘서트팀의 '뮤지컬'은 영화라는 꿈을 먹고 사는 스테프의 애환을 다뤘다. 말로만 "스테프에게 감사드립니다"라고 외치는 모습과 달리 훈훈한 무대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상을 수상하는 몇몇 배우들이 영광을 스테프에게 돌리기도 했을 뿐 더이상은 없었다. 모든 영화상이 일부 감독과 배우에게 집중되는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한 시청자는 "마치 영화인들의 친목회 같았다. "진정한 스타는 스테프들이다. 그러나 시상식 어디에도 그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며 씁쓸해 했다.

영화는 흥행산업이다. 그렇다고 영화제까지 흥행을 쫓을 필요는 없다. 올해 청룡은 '인기상'과 '베스트 드레서'상에 총 9명의 배우를 무대로 불러 올렸다. 볼거리에만 치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다. 시상식이 진정한 영화인을 위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스타 뿐 아니라 스테프에게도 신경을 써야하지 않을까.  

◆ '축하'는 없다 vs '홍보'는 있다

주객이 전도됐다. 축하 보다는 홍보가 앞섰다. 물론 영화산업이 불황을 겪다보니 배우들이 홍보에 전념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특히 시청률 10% 이상을 기록하는 영화상 시상식은 '이 보다 좋을 수 없는' 홍보무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 시상하러 나온 자리에서 개봉 예정작을 홍보하는 모습은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이번 청룡상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시상자로 나선 배우들 중 영화 속 커플들이 다수였다. 영화제가 노골적인 영화 홍보를 부추긴 '꼴'이다.

실제로 윤계상-김하늘, 이종혁-한예슬 커플은 수상자를 발표하기에 앞서 자신이 촬영중인 영화를 알리고 기대해달라는 멘트까지 던졌다. 심지어 탁재훈과 신현준의 경우 친절하게 개봉일까지 언급하며 3분여 동안 자신의 영화를 홍보했다. 한해의 결실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새영화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본질을 흐렸다는 비판을 받기 충분했다.










출처 : 파란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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