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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중국서 야반도주(비정상적 청산)하는 한국 기업들

by 나비현상 2007.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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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 자오저우 비정상 청산업체 119개 중 103개가 한국계

한국인 임직원들 '설날 귀국할 수 있을지 걱정'

※ 편집자주 = 중국의 사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한국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청산 절차의 어려움으로 한국기업들이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내년 설날까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달라진 사업환경과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겪고 있는 상황, 대처방안 등을 짚어본다.

(상하이=연합뉴스) 진병태 특파원 = 현재 중국 한인사회에는 위기감이 가득하다.

중국의 사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제중심 상하이(上海)의 충밍(崇明)현에 소재한 한국의 화인방적(대표 우영판) 임직원 7명이 지난 23일 중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감금됐다.

중국인 근로자들은 회사측이 소모품 구입을 중단하고 일부 설비를 팔아치우자 야반도주하려는 것으로 간주, 한국인 임직원들을 감금한 것이다.

이 회사는 감금 8일째인 지난 30일 11월분 급여를 평소보다 한달 앞당겨 지급한 이후 6명이 풀려났고 현재 우 사장만 회사에 남아 정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사는 1천600명의 중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충밍현에서는 가장 큰 기업이다.

우 사장은 1997년 이래 회사를 10년째 운영해왔고 3년전에는 제2공장까지 만들었지만 과욕이 화를 부른 것일까.

연간 두자릿수의 임금상승에다 내년부터 근로자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서 중국에서 인건비 부담이 많게는 5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다 10년이상 고용이나 2차례 이상 고용계약을 맺은 근로자에 대해 평생고용을 규정한 신 노동계약법이 내년부터 발효되면서 화인방적은 회사를 정리키로 했다.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있는 둥베이(東北)지역에는 한국 업체 사장들이 내년 설날에 고향에 갈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비행기만 타면 갈 수 있는 귀국길이지만 한계상황에 이른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인 근로자들이 감시의 눈을 부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장이 임금을 지불하지 않고 야반도주해버릴까 걱정하고 있는 회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의 한인사회에서는 야반도주라는 말을 꺼려한다. 위법성이 강한데다 남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정상적인 청산'이라는 말을 쓴다.

설날에는 자금수요가 몰리는 시기다. 직원들 급여에 하청업체에 줘야할 돈 등 쓸 곳은 많지만 들어오는 돈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말에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의 2개 한국인 피혁가공업체 업주들이 야반도주를 했다.

이들 업체는 중국의 급격한 산업구조조정으로 가공무역 금지업종에 포함되면서 도산했고 이 과정에서 근로자 급여와 하청업체와의 관계, 중국 은행에 진 채무 등을 전혀 정리하지 않은 채 행방을 감췄다.

이런 기업들로 인한 이미지 훼손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기업들의 몫이다.

칭다오에 인접한 자오저우(膠州)에서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청산을 한 업체는 119개로 이 가운데 103개가 한국업체다.

이 지역의 세무당국에 세무등기가 돼있는 한국 기업이 대략 500개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나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만 기업도 200-250개는 된다.

한국 업체들에서 비정상적인 청산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봉제, 완구 등 한국에서 견디기 힘든 한계업종을 중심으로 중국으로 많이 이전돼 조그마한 부침에도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자오저우에서 한국상회 지회장을 맡고 있는 윤은석씨는 "기업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을 만나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비정상적인 청산이 늘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청산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산을 하려고 하면 진출 당시 투자유치를 위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각종 우대조치로 받은 혜택을 토해내야 한다.

유한회사란 채권자에 대해 자기가 출자한 만큼 책임을 지는 회사다. 하지만 중국 세무당국은 유한회사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대부분 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지사 경영체제로 한국 본사와의 이전가격 거래를 통해 많은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제무재표도 인정을 받지 못하며 당연히 세금폭탄이 날라온다.

윤 지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급격한 조정이 예상되며 많게는 임가공업체의 경우 30%까지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한인사회에서는 비정상적 청산기업에 대한 강한 성토 분위기가 일고 있다.

한인사회는 "달아나더라도 최소한 임금은 주고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지만 그런 낌새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직원들이 눈치 못챌 리가 없다.

일부 악덕업체들은 임금은 물론 하청업체 등에 줄 돈을 안주고 끝까지 미루면서 빚을 크게 부풀려놓고 달아나기도 한다.

임수영 상하이 한국상회 회장은 청산을 하려는 업체들이 앞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청산을 쉽게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중국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jb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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