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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사랑과진실 및

결혼 적령기에 대한 새로운 재고

by 나비현상 2008.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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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에 대한 소고

결혼은 ‘소유’가 아니라 ‘여유’다

‘혼기가 찼다’는 말을 흔히 한다. 20대 후반 이상의 싱글 남녀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말일 것이다. 일정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결혼 적령기. 만혼율이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더 이상 생물학적 나이로 판가름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결혼이란 나이가 차면 당연히 해야 하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이를 성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아닐까.

결혼 적령기에 대한 새로운 재고
옛날에는 처녀의 혼인을 주관하거나 독촉하는 ‘촉혼(促婚)’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즉 관가에서 처녀가 결혼 적령기가 지나도록 혼인을 못하고 있을 때, 이를 주선하여 혼인을 시키거나 아니면 보호자나 연고자에게 비용을 주어 혼인을 시키도록 했다는 것. 이는 결혼이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결혼은 어떤가. 지난 상반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30~40대 미혼 남녀가 80만 명을 넘어섰고, 평균 초혼 연령이 남자는 30.9세, 여자는 27.7세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노총각과 노처녀를 판단하는 평균 나이는 각각 35.3세와 32.6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한국 성인 남녀 절반 이상인 53.7%가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송말희 박사는 “남녀 모두 결혼의 전제 조건으로 경제적인 안정을 중요시하면서 결혼 적령기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이 많이 완화되었기 때문이다”고 풀이한다. 타인의 시선과 편견에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으며,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문화와 취미 생활을 즐기는 이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즉 결혼이 인생의 최대 목표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경제적 안정을 밑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즐기는 이른바 싱글족들이 늘고 있는 것. 이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만혼율을 가속화시키는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싱글족들의 도래

최근 들어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삶을 즐기는 싱글족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 독신에 대한 편견이 많이 완화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섹스 앤 더 시티’ ‘프렌즈’ 같은 미국 TV 드라마에서 보이는 싱글들의 화려한 삶이 동경의 대상이 되면서 ‘인생에서 결혼은 필수’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싱글족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조사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5년 전에 비해 42.5%가 증가했고, 20대 이상의 싱글 숫자는 6백4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문화, 소비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독신층을 의미하며 결혼보다는 일 중심의 삶, 그리고 자신을 위하는 가치지향적인 소비가 강한 집단에 속한다.

싱글이 된 원인은 개인마다 다르겠으나 싱글이 늘고 있는 중요한 원인은 여성의 사회 참여와 경제적 지위가 높아진 데서 찾을 수 있다. 대학 교육을 받은 20~30대 여성들이 자신의 직업을 가지면서 일 혹은 자아실현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결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남성의 경우에도 일찍이 가장의 책임감에 얽매여 살기보다는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즐기기 위해 싱글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웹디자이너 정은옥 씨는 “좋은 사람이 생기면 언제든 결혼할 맘은 있지만 아직까지 결혼을 해야 할 필요성은 못 느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성취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전문직 여성의 경우 굳이 가사 노동과 육아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결혼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

남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30대 중반의 회사원 유정호 씨는 “싱글이라고 해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요즘에는 싱글마켓이 활성화되어 있어 일찍부터 가장의 책임감에 얽매여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가족 안에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싱글족화 현상이 가족의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던지고 있다.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결혼은 여전히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을 통해 치러야 할 대가보다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결혼을 이룩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 변해야 한다. 즉 평등한 가족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높아진 만혼율로 인한 사회적 문제점
결혼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당사자의 성적·심리적·경제적인 결합을 의미하는 중요한 행위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정·가족을 형성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만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비단 달라진 결혼관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남녀 간의 시장 불균형부터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관, 결혼 후 가사 노동, 출산, 육아 부담 등을 비롯한 개인주의까지…, 다양한 원인을 꼽을 수 있다.

높아진 만혼율은 결국 저출산 및 사회적 생산능력 저하 등의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결혼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지우 씨의 경우,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지만 남모를 고민이 있다. 주변에서는 다들 짝을 만났지만 본인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 결혼 적령기가 아무리 늦춰졌다고는 하나 30대 중반의 싱글 여성에게 기회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

이처럼 결혼 적령기를 넘긴 이른바 노총각, 노처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면서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까. 송말희 박사는 “결혼 생활을 통해 치러야 할 대가보다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결혼을 이룩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 변해야 한다. 즉 평등한 가족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래의 가족은 여성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부부 사이가 평등해져야 한다. 즉 여성의 자아실현의 발목을 잡는 육아와 가사 노동이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가 꿈꾸는 전형적인 가족의 모습은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남성들 역시 혼자 가계 부양자로서의 책임을 지는 것을 거부한다. 따라서 부부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듯 남녀 모두 양성적인 성의식과 태도를 지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사회 정책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육아에 대한 장기적이고 현실적인 지원과 함께 고용, 임금, 승진, 교육 등에서의 양성 평등한 대우와 이를 위한 정책적인 제도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성 고정관념 타파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올바른 가족관
이제 더 이상 가족을 외적인 부분으로만 정의할 수 없다. 즉 모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모양으로 살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가 평등하고 진정한 상호 작용이 이루어진다면 그게 바로 가족이다. 겉으로 보기엔 가족이지만 실제로는 하숙집이나 다름없는 빈껍데기 가족보다는 모양은 다르지만 그 안에 친밀감과 상호 존중, 그리고 진정한 사랑이 있다면 그게 바로 가족인 것이다.

결혼은 남녀가 만나서 가족을 꾸리는 작은 의미에서부터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라는 넓은 의미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가족이 건강해야 사회도 건강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의 첫 출발이라 할 수 있는 결혼은 매우 중요하다. 결혼이 잘못 될 경우 부부와 자녀의 불행뿐만 아니라 나아가 이혼으로 인한 사회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준비하지만 인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결혼을 위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 결혼식은 몇 분 내에 할 수있지만 성공적인 결혼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고 송말희 박사는 조언한다. 즉 결혼식을 하는 것과 결혼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전자보다는 후자를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결혼 전에 반드시 준비 교육을 통해 올바른 결혼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겉만 화려한 결혼식이 아닌, 결혼 생활을 위해 내실과 책임감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이런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혼 적령기의 정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결혼 적령기는 생활 연령을 의미한다. 그러나 결혼 생활에 있어서는 이러한 생활 연령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분명 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자립이 불가능하거나, 모든 결정을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가족을 꾸리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등 나이와는 상관없이 결혼 적령기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혼기가 찼다고 해서 결혼을 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생활 연령만으로 결혼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결혼 적령기는 한 사람의 내적 성숙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즉 진정한 결혼 적령기란 바로 그 사람이 제대로 성숙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었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첫째, 사물이나 사건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가? 즉 매사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자신을 전체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아는가? 다시 말해 집단 속에서 ‘나’의 위치를 알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해 자신의 행동을 억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수용해야 한다. 넷째, 현실 세계에서 살아갈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섯째,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 여섯째,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일곱째,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동요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성(性), 사랑,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혼의 필수 조건이다.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적으로 성숙한 상태에서만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관계를 보다 발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송말희 박사는 “위의 모든 사항에 확실하게 ‘Yes’라고 말할 수 있을 때가 바로 결혼 적령기다. 즉 그저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등 떠밀려 하는 결혼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그게 자신과 가족, 더 나아가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결혼 적령기는 한 사람의 내적 성숙도와 비례한다. 따라서 일정 나이가 되면 저절로 소유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보다는 결혼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도움말|송말희(박사, 한국가족상담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523-4203)
사진|김민철 에디터|임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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