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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사랑과진실 및

동성애에 대한...

by 나비현상 2008.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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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베라는 화가가 그린 유명한 ‘꿈’이라는 작품이 있다.
벌거벗은 아름다운 두 여자가 서로에게 얽히듯 안겨 잠에 빠진 그림이다. 금발을 길게 드리운 한 여자는 다른 여자의 탐스러운 가슴에 얼굴을 대고 잠들어 있고,그녀의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은 자신의 몸에 가로 걸쳐놓은 상대의 다리에 놓여있다. 시트가 흐트러진 상태로 미루어 아마도 이 두 사람은 멋진 섹스라도 즐긴 후 잠에 곯아 떨어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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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동성애’를 그린 작품이다.

동성애에 대한 논의는 최근 들어 아주 활발해지고 있는데, 요 몇 년동안 외국의 성학회에 참석을 할 때마다 동성애나 성전환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성전문가들 사이에 켜져 가는 것을 느낀다. 재작년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성학회에서는 트랜스 젠더와 동성애자를 초청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보고 들었고, 지난해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성학회에서도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자주 마련되었다.

또 우리 대한성학회에서도 지난 여름연수회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격(?) 동성애자홍석천씨와 트랜스 젠더 몇 사람을 불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성적 지향이나 성전환수술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고 성욕을 느끼는 동성애는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에나 존재해왔다. 고대 그리스처럼 나이든 남자와 어린 남자의 성교가 마치 통과의례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고(여자들끼리의 동성애는 인정받지 못했지만),그시대의 여류시인이었던 사포는 소녀들을 사랑했던 탓에 그녀의 고향인 레스보스 섬에서 레즈비언(여성동성애자)의 단어가 유래되기도 했다. 우리의 역사에도 신라시대의 화랑과 왕과의 관계, 조선시대에도 왕비와 그를 모시는 나인과의 동성애, 과부와 하녀의 동성애로 여론이 뜨거웠던 역사가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시각은 종교가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 가치관의 중심으로 힘을 발휘했던 중세에 들어 아주 혹독해졌고, 심지어 사형을 당하는 예도 없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동성애자들은 그들이 이성애자와 다르다는 이유로, 특히 그들이 소수인 탓에 많은 억울한 대우를 받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성애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아주 오래전에는 양육방법의 문제, 유아기의 정신적인 쇼크 가 원인이라 생각해 후천적인 선택이며,치료해야 하는 정신병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뇌과학의 발달으로 그들의 성향이 그들의 주체적인 선택이 아닌 운명으로 밝혀지고 있다(1991년 영국의 신경과학자 사이먼 리베이의 연구에 의하면 게이와 이성애 남자의 뇌구조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졌다.시상하부의 간핵 네 개 중에서 세 번째 것의 크기가 현저한 차이를 보였는데, 이성애자의 것이 게이보다 두 배이상 컸으며, 게이와 여자는 그 크기가 같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담이나 약물치료로 고칠 수 없는, 이를테면 흑인종, 황인종, 백인종 같이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운명에 선택당한, 유전적인 차이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므로 타고난 운명에 책임질 수는 없으니 이들에 대한 시선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덕인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은 서서히 그 장막을 거두어 가고 있다고 보이지만, 아직 여명을 보기엔 너무나 까마득한 일일지도 모른다.

흔히 잘못 알려진 것과 같이 동성애자는 한눈에 알아볼 정도로 이상한(남자가 여자같다든지, 여자가 남자같은)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우리의 편견일 뿐이다. 동성애자이면서 의사로, 교수로, 혹은 회사의 CEO로 잘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이 커밍아웃(스스로 드러내기)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들은 우리가 이성애자로 태어난 것과 같이 그저 동성애자로 태어난 것이다.

보통 전체인구의 4~10%정도가 동성애자일 것이라고 킨제이의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지만, 숫자가 적을 뿐 이라 해서 차별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 만약 우리 이성애자가 숫자가 그들보다 적었다면 오히려 남자가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남자랑 섹스하는 것이 이상스럽게 생각되고 변태라 이름지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당연히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그들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느니, 아이의 입양을 하지 말라느니 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을까? 그것은 마치 우리가 흑인종이나 백인종이 마음에 안 드니 당신들은 결혼도 하지 말고,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이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동성애자들은 한 파트너와 사랑해선 안되고, 여러 파트너를 만나고 문란한 섹스를 즐겨야 한다는 뜻인가.
동성애에 대한 또 다른 악의적 편견은 그들을 마치 전염병균을 가진 사람들처럼 대접하는 것이다. 동성애는 전염되지 않는다. 이성애적인 사고를 가진 청소년들이나, 어른들이 동성애로 변화되는 것 또한 불가능하며(동성간의 성접촉으로 동성연애를 할 수는 있으나 그것도 감각에 익숙해졌을 때의 일이다), 동성애자가 치료되어 이성애자로 돌아오기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예전에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이 심할 때, 우리의 어른들은 매를 들어서라도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시켰다.그러나 지금 왼손잡이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오히려 왼손잡이는 여러 면에서 오른손잡이보다 나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의 부모는 굳이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나는 동성애자에 대한 생각도 우리가 왼손잡이에 가졌던 생각이 변화된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했으면 한다. 그래서 한사람이라도 아니 그 반쪽이라도 다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고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 아니라도 세상은 정말 죽을 힘을 내어 살아야 하는 곳이니 말이다.
우리 인류에 많은 문화적, 문명적, 정서적 도움을 주었다 평가되는 이들..

미켈란제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프란시스 베이컨, 오스카 와일드, 랭보, 마르셀 프루스트, 차이코프스키... 이들의 공통점은? 동성애자!

배정원 (‘연세성건강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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