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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이 대통령 재산헌납, 보챌 일 아니라지만...

by 나비현상 200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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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자신의 대통령 급여를 서울시장 재직 때와 마찬가지로 환경미화원과 소방관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런 발표가 나오자 여론은 두 편으로 갈라져 형성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직전에 한 재산 사회 환원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 단계'라고 보는 관점이 있는 데 반해, 다른 편에서는 '중요한 것은 급여 기부가 아니라 대선 직전 약속한 재산 헌납'이라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에선 '이명박 대통령 재산헌납촉구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2일 현재 1만8299명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BR>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그 사회를 건전하게 하고 조화롭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부자들에게 재산을 내놓으라고 강요 또는 권유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대통령의 재산헌납, 성급한 요구인가
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헌납을 약속한 것은 지난해 12월 7일이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이 약속은 대통령 당락에 관계없이 꼭 지키겠다"고 전제하고, "진작부터 그러고 싶었지만 그동안 여러 의혹이다 뭐다 해서 공방이 심했고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보류했었다,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국민 앞에 고하게 되었다"면서, 전 재산 사회 환원을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이명박 후보는 도곡동 땅 문제와 BBK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을 때였고 그 때문에, "도덕성 논란을 잠재우려는 전략"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12월 10일 YTN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의 재산 헌납에 대해 조사대상의 50.5%가 "도덕성 논란을 잠재우려는 전략이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반면, 긍정적인 반응은 34.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나 버렸다. 아마 그는 그동안 세상의 누구보다도 바빴을 터. 그러니 이 짧은 기간에 재산 헌납을 구체화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마냥 그를 비판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오늘의 한국 국민들은 대통령의 재산 헌납을 어서 보고싶어 하는지 그 이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부자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감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약속한 재산 헌납을 완전히 믿지는 않고 있는 것 같다.
다음으로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조각 과정에 대해 불신과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이른바 '강남의 부자'라는 사람들이 재산을 어떻게 해서 만든 것인지를, 이전보다 더 많이 알게 됐다.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지도자는 결코 아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모습을 보고 싶고, 이를 위해 약속한 재산 헌납의 조기 실행이 있어야 한다고 여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산헌납 약속이행,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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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11일 제11차 국무회의를 진행하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물론 타인의 재산을 빨리 내놓으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한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해도 정당될 수 없는 논리다. 이 대통령 자신도 개인의 재산을 강요에 의해 내놓을 수는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돈 한 푼 안 벌어본 사람이 책상머리에서 정치하는 시대는 지났다…내 재산은현대건설 CEO 물러날 때 받은 것이다. 그 때 제대로 받았더라면 지금 1조원쯤 되었을 것이다…남에게 등 떠밀려서 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지는 않겠다."(2005년 서울시장 재직 시 유럽 방문 중에 한 말)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9일 한나라당 경선 청문회에서도 "내 성취를 우리 사회에 되돌려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한 후보 시절 스스로 재산 사회 환원을 발표했고, MBC 선거방송연설에서 국민을 상대로 약속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인  2월 6일 부인김윤옥씨와 함께 출연한 KBS <아침마당>에서 자신의 재산 사회 환원 방침을 확인해 주었다. 그 때 이 대통령은 "자녀들이 재산헌납에 동의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자서전에서도 재산 사회 환원 포부를 담은 바 있다. 최근 발간된 중국어 판 이명박 자서전 <경영미래>에서도 이 대통령은 돌아가신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형식으로 '재산 헌납 약속을 꼭 지키겠노라'고 맹세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대통령의 재산 헌납 약속은 이미 개인적인 영역을 벗어난 지 오래다. 따라서 재산 헌납은 약속 이행 여부를 문제 삼을 필요조차 없는 성격의 일이다.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약속을 어긴다면 그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일 뿐더러 세계적인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대통령의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좋은 일을 하는 데에 시기가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찍이 당선 직후나 취임식에서 재산 헌납을 구체화시켰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것은 시간을 끌수록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만 가중시킨다. 그리고 시일이 흐를수록 아름다운 뜻으로 하는 일이 이 대통령 말대로 '등떠밀려 하는' 난처한 형국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총선이 코 앞에 있건 말건, 아름다운 일이라면 시기를 저울질할 필요도 없이 즉각 시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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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사진은 지난 3월 20일 오전 대전시 한국원자력 연구원에서 열린 교육과학기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는 이 대통령의 모습.


[오마이뉴스]김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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