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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가상의 배우는 물론 ...

by 나비현상 2007. 1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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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생명체 만드는 디지털 크리처
 

 기사요약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가상의 배우는 물론 동식물이 주인공인 영화나 게임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해...


컴퓨터그래픽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려면 해부학적 연구까지 병행해야 한다.

실사보다 사실감 넘치는 애니메이션의 개봉이 잇따르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가상의 배우는 물론 동식물이 주인공인 영화나 게임을 제작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가상현실 기법을 이용해 컴퓨터 그래픽으로 디자인만 된 자동차나 휴대폰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게임 캐릭터에 사람만큼 영리한 인공지능(AI)을 부여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바로 가상의 생명체를 만드는 디지털 그리처다.

현재 물고기의 은빛 비늘과 파충류의 미끈거리는 피부를 실사 수준의 컴퓨터 그래픽(CG)으로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포유류의 미세한 털과 조류의 깃털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 동식물에 생명력을 부여하듯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움직임을 갖도록 하는 디지털 크리처(Digital Creature)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디지털 크리처 기술 개발 사업은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디지털콘텐츠사업단이 지난해 ‘중천’과 ‘호로비츠를 위하여’ 등의 영화를 통해 선보였던 디지털 액터(Digital Actor) 연구의 후속사업이다.


실사로 나타나는 상상의 세계

디지털 액터는 실제 배우와 똑같은 외모의 가상 배우를 창조해 실제 배우가 촬영할 수 없는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또한 수 만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대규모 전투장면의 경우 실제 촬영으로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지만 디지털 액터 기술을 이용하면 1~2명의 배우만으로도 각기 다른 동작을 보여주는 수 십 만 명의 가상 배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같은 디지털 액터 기반 기술을 활용해 어류나 파충류, 포유류, 조류 등의 동식물로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 바로 디지털 크리처다.

크리처(Creature)는 생물이나 동물을 총칭하는 의미지만 게임이나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는 사람 이외의 모든 생명체 또는 몬스터 등의 괴물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연구는 단순히 각종 생명체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 낸다는 의미는 아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그려낸 이미지에 생명을 불어 넣어 살아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물론 그 움직임은 실제 어류나 포유류처럼 사실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동식물이 자연계의 물리법칙에 맞게 움직여야 하며, 동물의 경우 해부학적 특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지난 5월부터 연구 개발이 시작된 디지털 크리처 사업은 오는 2010년까지 3년간 약 160억원이 투자된다. 1차 년도에는 어류와 파충류를 먼저 개발하고, 2차 년도에는 포유류, 그리고 3차 년도에는 조류가 개발된다. 숲이나 나무 등의 식물은 각 사업 년도에 부분적으로 포함돼 있다.

지난 11월 현재 이 연구는 크리처의 외형을 표현하는 소프트웨어를 비롯, 크리처 애니메이션 생성 소프트웨어, 실시간 카메라 트래킹 소프트웨어 등 0.5버전이 개발된 상태다.

1차년도 사업의 경우 어류의 비늘이나 파충류의 피부를 사실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 핵심으로 크리처 외형 표현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뤄진다.

이는 어류나 파충류의 특성에 맞춰 외형을 표현하는 일종의 컴퓨터 그래픽 엔진으로 어류의 경우 몸체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하게 움직이게 되는 비늘을 표현해 주게 된다. 파충류 역시 미끈거리는 피부가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어떻게 표현되는 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진다.

올해 말 이 소프트웨어 개발이 완료되면 실사 형태의 어류나 파충류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포유류 크리처의 경우 바람에 흔들리는 미세한 털의 표현이 관건이며, 조류에서는 깃털이 몸에 밀착되거나 하늘을 날 때의 움직임을 모두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실제 동물과 같이 표현된 이미지는 크리처 애니메이션 생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살아있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하게 된다.

이때 실제 동물의 해부학적인 신체 특성과 움직임의 행동 모델을 통해 실사 수준의 움직임이 가능해진다. 즉 대상물의 몸 각 부분에 형광물질을 부착한 뒤 근육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모션캡처를 통해 행동모델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어류나 파충류의 동작을 일일이 그려주는 것이 아니라 동작에 필요한 데이터 값만 입력하면 원하는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디지털 크리처에 실시간 카메라 트래킹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면 어류나 파충류의 움직임을 전후좌우 어떠한 방향에서도 카메라가 실제 촬영을 하듯 영상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크리처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기존의 디지털 액터 기술과 함께 가상의 배우와 가상의 동식물이 가상이 공간에서 연기하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즉 애니메이션이나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표현이 가능했던 상상의 세계가 실사 영화를 통해서도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맥주의 거품도 만들어 내

디지털 크리처 기술 개발과 함께 ETRI는 다양한 형태의 컴퓨터 그래픽 개발에서도 성과물을 얻고 있다. 현재 ETRI가 개발 중인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크게 사실적인 것과 비사실적인 것으로 나뉜다.

사실적인 컴퓨터 그래픽은 디지털 크리처나 디지털 액터처럼 극사실적인 그래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히 맥주의 거품이 흘러 내리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은 지난 8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적인 컴퓨터 그래픽 관련 기술 전시회 ‘시그라프(SIGGRAPH) 2007’에서 학술 논문지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 기술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하기 가장 어렵다는 맥주 거품이나 물이 흐르는 것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 내는 유체 시뮬레이션 기술이다.

맥주나 탄산음료와 같이 기포가 발생되는 액체를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홍수나 파도와 같이 대량의 액체를 표현하는 경우 적절한 물리법칙에 따른 움직임이 만들어져야만 사실감을 느낄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ETRI가 비사실적 렌더링(NPR;Non Photorealistic Rendering) 기술을 이용해 만든 기술 평가용 애니메이션인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가 아시아 애니메이션 코믹 컨테스트(AACC 2007)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는 극사실성을 추구하는 컴퓨터 그래픽과는 달리 3D 그래픽임에도 전통 한지에 수묵 담채화를 그리듯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낸 것으로 기반 기술과 시나리오를 모두 ETRI 연구원이 수행했다.

특히 이 기술은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실제 작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전체 공정을 개발함으로써 별도의 상용화 연구가 필요 없다.

이 기술을 개발한 ETRI 디지털콘텐츠사업단 컴퓨터그래픽기반기술연구팀의 구본기 팀장은 “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이 기술을 애니메이션 등 실제 제작 현장의 공정에 맞도록 상용화하는 기술 개발도 어려웠던 부분”이라고 회고했다.

정보기술(IT) 관련 전문연구기관이 컴퓨터 그래픽 관련 기술 전시회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것도 이색적이지만 이들 전시회나 영화제는 전 세계 컴퓨터 그래픽 업체나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 ETRI 기술이 상용화되기에 손색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미지만으로 실제 같은 성능 평가

가상현실(VR) 기술은 실제 자동차나 휴대폰이 만들어지기 전에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이미지만으로 실제와 같은 성능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이 같은 실감형 가상 엔지니어링(Virtual Engineering) 기술 개발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돼 내년 7월까지 총 289억원이 투자되는 연구 사업이다.

현재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 자동차의 내부 디자인만으로 실제 차량의 내부구조를 평가할 수 있는 반구형 디스플레이 장치를 비롯, 휴대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이미지만으로 성능 평가할 수 있는 MR스테이션 등이 마무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반구형 디스플레이 장치는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할 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다. 차량 내부 디자인의 경우 외부 디자인과 달리 실제 조작 편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모형 개발에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직경 3m 크기의 반구형 벽면에 이미지를 투사하는 스크린을 부착하고, 여기에 새로 개발된 차량의 내부 디자인을 3D 이미지로 투사하면 사용자는 단순한 운전석 형태의 좌석과 햅틱(haptic) 장치를 이용해 실제 차량에 앉아 있는 듯 성능 평가를 할 수 있다.

햅틱 장치는 원격수술과 가상현실 등에 사용되는 데이터 장갑과 같은 장비로 손이나 조작자의 움직임을 데이터 형태로 전달하고, 반대로 만져지는 감촉 등을 데이터로 바꿔 손이나 조작자에게 전달해 주는 장치다.

또한 MR스테이션은 투명 스크린 밑에서 손에 쥐고 있는 휴대폰 등의 모형 위에 실제 디자인된 이미지를 겹쳐 보여줌으로서 실제 기기를 조작하는 것과 같은 사실감을 만들어 낸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가상 선박 스프레이 도장 훈련 시스템’은 가상현실 기법을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한 사례다.

이 기술은 국내 조선산업의 확대로 숙련된 선박 도색 기술자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효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통상 선박 도색 기술자의 경우 상당한 숙련도를 필요로 하지만 선박 도색에 사용되는 특수 페인트의 경우 매우 고가며, 밀폐된 공간에서 훈련하기에는 안전성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ETRI가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이 시스템은 교육생이 입체 안경을 쓰고 스프레이 장치로 가상의 페인트를 도색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비용과 안전성 문제가 해결된다.

특히 실제와 같이 페인트가 일정한 두께로 도포됐는지 등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해 즉각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사람 수준의 인공지능(AI)

게임과 관련해서는 게임 캐릭터의 인공지능(AI)을 사람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멀티코어 CPU 및 MPU 기반 크로스 플랫폼 게임기술 개발’라는 과제명으로 연구되고 있는데, 지난 2005년부터 시작돼 오는 2009년까지 추진된다.

이 연구는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컴퓨터가 조종하는 게임 캐릭터의 인공지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요 목표다.

현재 이 기술은 온라인 게임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성능을 평가해 주는 비너스(VENUS; Virtual Environment Network User Simulation)에 먼저 적용됐다.

통상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제 게임 서버를 놓고 다수의 테스터들이 접속해 실제 사용자처럼 게임을 즐겨야만 최적의 성능 평가를 할 수 있다.

반면 비너스를 이용하면 수 천 명에 달하는 가상의 사용자를 만들어 내 실제 사용자처럼 게임을 조작함으로써 신제품 개발에 따른 대외적인 보안문제 없이 저비용으로 성능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비너스가 이 같은 성능평가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게임 캐릭터에 인공지능을 부여하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디지털콘텐츠사업단 게임기술개발센터의 이헌주 연구원은 “현재는 농구·축구 등의 스포츠 게임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지만 향후 이 인공지능 엔진을 다른 게임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게임 캐릭터의 학습기능도 추가해 실력 있는 다른 게이머를 상대로 게임을 하는 수준의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이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오히려 게임의 난이도에 맞춰 인공지능 성능을 낮춰야 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ETRI 디지털콘텐츠사업단이 연구 중인 주요 아이템들은 모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휴대폰의 CDMA 기술을 상용화하고, 무선통신기술인 와이브로 개발 등 IT 기술만을 중점적으로 연구해온 ETRI지만 디지털콘텐츠사업단만을 놓고 본다면 컴퓨터 그래픽·애니메이션·게임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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