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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세상사 이모저모

바다에 유출된 기름 어떻게 걷어낼까

by 나비현상 2008.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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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유출된 기름 어떻게 걷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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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요약
서해안 원유 유출 사고 현장의 유화제 사용을 둘러싸고 방제 당국과 환경단체 사이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유화제의 대량..



유화제를 활용한 방제기법이 오히려 제2의 환경오염을 유발할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해안 원유 유출 사고 현장의 유화제 사용을 둘러싸고 방제 당국과 환경단체 사이의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유화제의 대량 사용으로 기름방울이 뭉쳐져 오일 볼(oil ball)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오일 볼이 바다 속을 굴러다니며 물고기나 해조류를 죽이고 플랑크톤을 오염시켜 먹이사슬까지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바다에 유출된 원유는 어떻게 걷어내야 할까.


태안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바다와 갯벌로 퍼지고 있는 기름을 제거할 수 있는 방제기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89년 알래스카 만의 해협인 윌리엄 사운드에서 좌초한 액손 발데스호에서 유출된 원유를 정화하는데만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는 점만 보더라도 효과적인 방제기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알 수 있다는 게 해양환경학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의 경우 바다 위에 떠다니는 기름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가라앉게 만드는 유화제 처리 등 오히려 2차 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불완전 기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유출된 기름을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천연섬유 소재의 친환경 흡착물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음에도 아직 상용화가 안 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화제 등 3가지 기법 동원

해경 방제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 방제작업에 동원되는 기름 제거 기법은 방제정, 유흡착포, 유화제 등 크게 3가지다.

이중 방제정은 해상에서 V자형으로 기계 팔을 벌려 기름을 모은 뒤 회수하고 있다. 커다란 부직포 형태인 유흡착포의 경우 소량의 기름을 빨아들이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유조선에서 유출된 원유는 무려 1만 톤. 따라서 유흡착포로 원유를 제거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한 상환이다. 뿐만 아니라 소각을 할 때 독성을 배출한다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

그나마 가장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유화제 기법이다. 일종의 비누와도 같은 유화제가 바다 위 기름에 살포되면 두 물질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기름이 서서히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된다.

지난 1995년 전남 여수시 소리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유조선 씨프린스호 사고에 뿌려진 유화제만 710톤에 달할 만큼 방제 당국은 사실상 방제기법의 효율적 대안으로 유화제를 적극 선택해왔다.


해양환경학자들은 정부가 친환경성이 뛰어난 흡착물을 개발하고도 이를 상용화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카폭섬유를 이용한 흡유볼과 흡유그물이 그것이다.


하지만 유화제 자체도 100% 화학물질이다 보니 제2의 환경오염 피해가 불가피해 마구잡이식 살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재명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특성연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이번 사고가 터진 서해안 일대는 양식장이 과밀하게 집중돼 있어 유화제를 함부로 살포하다가는 앞으로 수년 간 양식 수산물이 환경호르몬에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 역시 유화제 사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환경단체는 유화제의 대량 사용으로 기름방울이 뭉쳐져 바다 위를 떠다니는 오일 볼(oil ball)이 만들어졌고, 이 오일 볼이 바다 속을 굴러다니며 물고기나 해조류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오일 볼은 특히 플랑크톤을 오염시켜 먹이사슬을 파괴할 위험까지 있다는 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친환경 흡착기법 사용 못해

방제 당국은 3가지 기름 제거 기법을 동원했지만 지난해 12월 11일 현재 수거한 기름은 약 700톤으로 유출 원유의 10%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한마디로 방제 기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

해양환경학자들은 올 초 정부가 천연섬유 소재로 친환경성이 뛰어난 흡착물을 개발하고도 이를 조기에 상용화하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 산하 정읍방사선과학연구소가 지난해 2월 개발한 ‘카폭 섬유를 이용한 흡유 볼 및 흡유 그물’이 바로 그것.

이 흡착물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자라는 카폭 나무 열매에서 빼낸 카폭 섬유로 만들어 자체 무게의 40배에 달하는 기름을 빨아들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빨아들인 기름을 짜내고 다시 현장에 투입해도 똑 같은 성능의 흡유력을 발휘한다.

다시 말해 카폭 섬유를 이용한 흡유 볼과 흡유 그물은 해상에 대량 투척한 후 신속하게 다시 수거, 재투입할 수 있는 등 단시간 내에 재활용이 가능해 기름 방제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정부의 무관심 때문에 최근에서야 한 기름 오염 방재 전문업체에 기술이 이전됐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아무리 빨리 제품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더라도 약 40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어서 사실상 올해 1월 말께나 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해양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사실 태안 일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방제 기법들은 대부분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때와 큰 차이가 없다”며 “이처럼 주요 방제 기법의 기술·환경적 한계가 12년 전에 확인됐음에도 새로운 기술개발 없이 기존 방제기법이 적용되고 있어 해양오염 피해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철 서울경제 기자 hummi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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